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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품위 있게 갑시다

등록 2021.11.29 21:50 / 수정 2021.11.2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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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살아남겠다고 말해봐. 나는 살고 너는 죽고…" 

폴 매카트니가 만든 007 주제가입니다.

"내 일만 잘되면 그만이지, 다른 사람이야 지옥에 떨어진들 무슨 상관이냐"고 합니다. '죽느냐 사느냐'로 번역됐지만,

원래 제목은 이렇습니다. 거칠게 말해 '너 죽고 나 살자' 쯤이지요. '함께 살자'는 옛 금언을 위악적으로 뒤집어,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노래입니다.

삼국지에서 조조는, 충직하고 용맹한 장수들을 거느린 유비가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생포한 관우의 마음을 얻으려고 잔치를 베풀고 적토마를 선물했지요.

하지만 관우는 미련 없이 다섯 관문 장수들을 베고 유비에게 돌아갔습니다.

조조는, 유비가 몸을 의지하러 왔을 때도 영웅으로 대접했습니다. 유비를 제거해야 한다는 간언을 물리치고 순순히 떠나보냈습니다. 유비도 늘 "내 적수는 조조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천하를 다투면서도 서로 인정하고 예를 갖췄던 겁니다. 

"국가 책임자가 무능한 것은 범죄입니다. 여러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무식과 무능, 무당의 3무 후보" 라고 공격했습니다. 

무식과 무능은 국정 경험이 적고 말실수가 잦다는 비판인 듯하고, 무당은 손바닥 왕 자를 겨냥한 표현입니다.

"나라의 미래를 무당한테 물으면 되겠느냐"는 겁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조카 변호 논란과 대장동 의혹을 거론하며 "무법 무정 무치, 3무의 원조"라고 맞받았습니다. '비겁 비속 비정한 3비 후보'라는 비난도 이어졌습니다.

품위 품격까지 기대한 건 아니더라도 이런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단어들이 양대 정당 후보 사이에 오간 적이, 우리 대선 역사에 있었던가요.

이것이 선거를 백일 앞둔 대한민국 대선의 현주소인가요. 앞으로 TV토론이 시작되면 국민 눈앞에서 어떤 폭언과 삿대질이 오갈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라커룸에서 했던 온갖 여성혐오 발언이 폭로된 뒤 미셸 오바마가 말했습니다.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

이런 말을 먼저 하는 사람이 우리 대선에서도 나와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기대를 품는 것조차 사치가 돼버린 사생결단 대선판입니다.

증오와 분노, 욕설이 없는 3무(三無) 선거, 품위와 절제와 배려가 있는 3유(三有) 선거는 정녕 불가능한 것인지요?

11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품위 있게 갑시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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