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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또 국민 책임으로

등록 2021.11.30 21:50 / 수정 2021.11.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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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든 일을 양면으로 봐. 동전을 던져서 알아볼까"

두 얼굴의 악당 '투 페이스'는 늘 결정을 못하고 망설입니다. 하지만 동전의 어떤 면이 나오든 내키는 대로 저질러버리곤 하지요. 그러다 배트맨이 동전 수십 개를 던지자 어쩔 줄 몰라하며 최후를 맞습니다.

"생각 좀 합시다.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

바둑은 돌을 놓는 매 순간 결정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이 바둑 격언처럼 우물쭈물하다간 하염없이 늘어지기 마련입니다. 바둑의 옛 이름 '난가'처럼 말이지요.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도 거기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바둑은 끊어야 맛" 이라고 합니다.

"14, 13, 끊어!"

하지만 단호하게 끊지를 못하고 어물거리는 바둑은 훈수꾼 눈에 더 잘 보이는 법입니다. 결국 대마가 죽는 걸 지켜보는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이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면 단계적 일상회복이 실패로 돌아가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모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섰지만 정부가 내놓은 특별 방역대책은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의료대응과 역학조사 역량이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방역강화 대책은 사실상 영화관 팝콘 금지 뿐입니다. 전면 추가접종을 내세웠지만 앞으로 몇 달이 더 걸리는 일입니다. 모임 인원을 줄이고 미접종자 업소 출입 제한도 하지 않은 채 4주를 더 가겠다는데 아슬아슬합니다.

서울에는 이제 중증 병상이 서른 개 남짓밖에 안 남았습니다. 앞으로도 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그래 놓고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두 재택 치료를 받으랍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신종 변이 오미크론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하는데 우리의 대책이라는게 기껏 재택치료 뿐입니다.

우유부단에서 '우유'는 온화한 성품을 가리킵니다. 거기에 '부단'이 붙으면, 망설이고 주저하며 결단을 못 내린다는 뜻이 되지요. 상황 상황을 두고 보면 이런 비판에 정부도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정부가 뭘 잘못하는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간다 간다 하면서 아이 셋 낳고 간다"는 옛 속담이 생각납니다.

방역이 무너지면 일상도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그러고 나면 돌아갈 일상이 있기나 하겠습니까. 그런데도 거리 두기의 고삐를 우리는 당기지 않을 테니 국민더러 알아서 조심하랍니다. 그 어느 때보다 길고 혹독한 겨울을 재주껏 살아남으라고 합니다.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대책도 이보다 더 답답하진 않을 겁니다.

11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또 국민 책임으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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