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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슬아슬 비틀비틀

등록 2021.12.03 21:50 / 수정 2021.12.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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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걸작 '천지창조' 한 장면, '아담 창조'입니다. 하느님이 아담과 손가락을 맞대 생명의 불꽃을 전합니다. 그런데 1.8미터 거리를 둔 원격 창조로 바뀌었습니다.

휴일 오후 쇠라의 호숫가에는 여인만 덩그러니 남았고, 쓸쓸하던 호퍼의 밤 카페는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천을 뒤집어쓰고 포옹하는 마그리트의 '연인'들도 이렇게 짝을 잃었습니다. 독일 디지털 아티스트가 거리 두기를 풍자한 명화 패러디입니다.

단호하게 갈퀴를 들고 집과 땅을 지키던 농부가 이젠 코로나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걸까요. 함께 있던 딸을 다락방에 가둬 자가 격리를 시킵니다.

'최후의 만찬' 마저도 예수 그리스도 혼자 고뇌하듯 혼밥을 듭니다. 그러지 않았다간 이렇게 경찰이 들이닥칠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만큼 자가 격리의 유래가 깊은 민족도 없을 겁니다. 반만년 전 동굴로 들어가 백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며 참고 기다린 웅녀의 후손이니까요.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이 쳤던 일상회복의 마지노선이 나흘 만에 무너졌습니다. 더 머뭇거렸다간 둑 터진 봇물처럼 감당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방역의 고삐를 다시 당겼습니다.

하지만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줄이고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쯤으로 감당이 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여전합니다.

국민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 집에서 각자 치료하라는 이른바 재택 치료입니다. 벌써 만2천 명을 넘어선 대상자들에게 해열제와 방역키트만 줘놓고 알아서 하라는 건, 사실상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아우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열흘 동안 함께 외출이 금지되는 가족은 또 얼마나 전전긍긍하겠습니까. 입원을 기다리다 숨진 확진자가 지난달에만 스무 명에 이르렀습니다.

이달 들어 중증환자가 연일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병상은 포화 지경인데 앞으로는 어디까지 갈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각자도생하랍니다. 제 알아서 살길을 도모하랍니다. 웅녀의 후손답게, 방역지침보다 엄격하게 거리 두기 잘하고, 자가 격리, 자가 치료도 군말 없이 꾹 참아내라는 거지요.

지난 2년 동안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온순하게 정부의 지침을 따라온 대가가 이제 또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구멍 뚫린 둑을 손가락으로 막게 하다가 팔뚝으로 막게 하고 구멍이 자꾸 커지니까 정부 먼저 대피하는 이런 악순환을 대체 언제까지 인내해야 합니까?

12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아슬아슬 비틀비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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