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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허경영 현상을 어찌할꼬

등록 2021.12.08 21:52 / 수정 2021.12.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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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국인에게 조랑말을 무료로 주겠습니다. 내 이름은 버민(해충), 내 이름은 버민, 버민 수프림…"

머리에 장화를 쓰고 칫솔을 들고 다니는 이 남자는 이름이 '최고의 해충' 입니다. 그는 30년 동안 대선에 출마해 "좀비를 에너지 생산에 쓰고, 시간여행을 해 히틀러를 죽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부패한 정치인들의 입냄새를 없애는 양치질 의무화도 주장합니다.

우리 대선에선 진복기씨가 '원조' 괴짜 후보였습니다. 1971년 출마해 "전쟁을 일으켜 북진통일을 하고, 신안 앞바다 보물을 발굴해 전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5년 뒤 실제로 신안 해저유물이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그는 박정희 김대중 후보에 이어 3위를 한 뒤 번번이 출마선언만 하고 출마하지 않았지만 선거 때마다 회자 되곤 합니다.

"430의 아이큐. 지구를 걷는 축지법. 중력을 저지해 공중부양. 허본좌 허경영…"

허경영씨는 2007년 대선 공보에 황당한 거짓말을 올렸다가 실형을 살고도, 기이한 언행을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 8월 세 번째 대선 출마 회견에는 백마를 타고 등장하기도 했지요.

오늘 그가 올린 글입니다. 몇몇 여론조사에서 심상정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지지율이 5퍼센트에 근접하면서 정말 TV토론에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지만 정작 눈여겨봐야 할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지율의 배경입니다.

그는 "요새 허경영 공약 표절이 유행" 이라고 뽐냅니다. 근래 쏟아지는 현금 살포 정책과 약속들을 보면 일리가 없지도 않습니다. 그가 포퓰리즘 선구자라도 되는 양 이름을 들먹이는 글도 어렵잖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그는 유사종교를 방불케 하는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직접 온 사람이야, 직영점이야. 종교는 모든 게 대리점이야. 맞아, 안 맞아?"

터무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그를 키워주고 사업 기반을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 우리 사회입니다. 장난이든 아니든 그를 즐겁게 거론하는 현상이 지지율을 쌓아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허경영의 몸집을 키웠습니다.

이제 또 석 달 뒤면 우리는 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 기성 정당, 정치인, 유권자 모두 '허경영 현상'이 뭘 뜻하는지 한 번쯤은 겸허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2월 8일 앵커의 시선은 '허경영 현상을 어찌할꼬'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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