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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제는 공수처가 답할 차례

  • 등록: 2021.12.13 21:50

  • 수정: 2021.12.13 22:05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큰 대작 '가나의 혼인잔치'입니다. 나폴레옹이 베네치아에서 약탈해온 걸작이지요.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꾼 기적을 그렸습니다.

2백년 전 영국 어느 학생이 "혼인잔치의 기적을 논하라"는 시험문제를 받아 들었습니다. 그는 딱 한 문장을 써내 감독관을 놀라게 했습니다. "물이 주님을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이 절묘한 한 줄은, 학생 바이런이 대시인이 되리라고 알린 일화로 전해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쯤이겠지요.

그런데 우리 속담은 "싹수가 노랗다"는 뜻도 함께 지닙니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거나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호박씨 깐다"는 옛말 하고도 통합니다. "개 못된 것은 부뚜막에 올라간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제 구실도 못하는 주제에 못된 짓만 한다'는 얘기입니다.

공수처가 TV조선 법조팀 기자들과 사회부장의 통신자료를 열다섯 차례나 들여다본 사실을 보도해드렸습니다만, 문화일보 법조 기자들 통신자료도 여덟 차례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비판적 언론에 대한 무차별적으로 뒤를 캔 건 아닌지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십시오. 저희는 올 초 공수처가 처장 관용차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모셔간 '황제 조사' 의혹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그러자 공수처 수사관이 취재기자 뒤를 밟는 듯한 모습을 확인해 후속 보도를 한 뒤로 통신 조회가 집중적으로 거듭 이뤄진 겁니다.

공수처는 이성윤 고검장의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무마' 혐의를 수사해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도 여러모로 압박해왔습니다. 그 수사팀이 지난 6월 "우리도 TV조선처럼 공수처 불법 내사의 피해자"라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습니다.

TV조선 기자 뒷조사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가 관용차 탑승 영상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확인하는 건 보복이며 범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합니다.

사슴도 우아한 뿔이 돋아 있는데 왜 사람은 뿔이 없을까 하고, 시인이 생각해봅니다.

"있지, 더러는 엉덩이에. 하늘과 땅을 거꾸로 사는 이들에게"

공수처는 수사상 필요한 통화 내역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확보했을 뿐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그 대상자가 기자이든 아니든 그 자체는 아무 관심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피해 언론의 질문은 여전히 요리조리 피하고만 있습니다.

저희는 한꺼번에 보고 선상에 있는 여섯 명의 기자가 동시에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된 건 무슨 이유냐고 물었지만 아직 명확한 답이 없습니다.

저희는 오늘도 여러 차례 이 문제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그것이 언론의 사명이니까요. 그런데도 공수처가 언론사찰로 의심받는 가장 핵심적인 질문에 더 이상 답을 미룬다면 언론의 의심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상식 아닌가요?

12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이제는 공수처가 답할 차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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