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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신념과 고집 사이

등록 2022.01.20 21:52 / 수정 2022.01.2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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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어둠이여, 내 오랜 친구여…"

젊음의 소외와 방황을 노래한 이 명곡은 '침묵의 소리'라는 제목부터 모순입니다.

"말없이 이야기하고, 듣지 않으면서 듣고, 목소리 없는 노래를 쓰는 사람들…"

아무리 공상영화라 해도 이 대사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통이 없는 곳, 모두가 행복한 곳, 그것이 불행이었지"

그리스신화에서, 절대 놓치지 않는 사냥개와 절대 잡히지 않는 여우가 쫓고 쫓깁니다. 보다 못한 제우스가 둘을 돌로 만들고서야 추격전은 끝납니다. 삼국지에서 행군하던 조조가 "보리밭을 밟으면 누구라도 목을 베겠다"고 했다가 자기가 밟고 말았습니다. 조조는 "내 목을 베라"고 했지만 다들 만류하자 상투를 잘라 모순의 궁지를 모면했지요. 만해 한용운이 모순적 존재 인간을 가엾이 여깁니다.

"모순의 모순은 비모순이다. 모순의 속에서 비모순을 찾는 가련한 인생"

문재인 대통령이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한국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두 달 전 체코 총리에게도 같은 자랑을 했습니다. 그런데 나라 밖에서나 옳은 얘기를 듣는다는 게 조금 민망합니다.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헝가리 대통령은 "양국이 원전 에너지 없는 탄소 중립이 불가하다는 공동 의향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탄소 중립에 원전이 필수라는 것도 국제사회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헝가리 대통령이 자기가 이해한 대로 말한 것 같다"고 부인해야 했습니다. 바른말은 안에서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5년 탈원전에 침묵해온 한수원이 대통령의 탈원전 논리와 조목조목 배치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우리 원전은 지진이 나도 충분히 안전"하고 "최우선 핵심가치는 언제나 안전"이며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탈원전 정책이 일으키는 자가당착과 이율배반은, 서로 모순되는 어구를 나열해 역설적 효과를 노리는 '모순어법'을 닮았습니다. 영어 이름 '옥시모론'은 '똑똑한 바보' 라는 뜻입니다. 지난달 세상을 뜬 1세대 포크가수 양병집의 거꾸로 가는 세상처럼 말입니다.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대선 끝나면 창과 방패 같은 말장난을 더는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정신건강이 위험수위에 있으니까 말이지요.

1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신념과 고집 사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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