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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직도 잘 모르시겠습니까?

등록 2022.01.21 21:52 / 수정 2022.01.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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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있고 매력적인 고고학 교수, 인디애나 존스의 강의에 학생들이 푹 빠졌습니다. 한 여학생은 '아이 러브 유' 라고 쓴 눈꺼풀을 깜박거려 사랑을 고백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한 남학생은 교탁에 사과를 올려놓고 나갑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과에는 강의에 대한 작은 보답을 넘어 '잘 봐달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백 년 된 이 교실 풍습에서 나온 말이 '사과를 닦아 광을 낸다'는 '애플 폴리쉬'입니다. 아부하고 알랑거리고 비위를 맞춘다는 뜻이지요. 비위는 비장과 위를 가리킵니다.

한의학에서 비장, 즉 지라는 위와 함께, 먹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는 장기입니다. 그래서 "비위가 동한다"고 하면 '입맛이 당긴다', "비위가 상한다"고 하면 '전혀 입에 대고 싶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나아가 비위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성미'를 뜻하게 됐고 거기서 '비위를 맞춘다'는 말이 생겨난 겁니다. 

새해 들어 북한이 네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하는 동안 청와대의 대응은 고작 '유감' 이었습니다. 도발이나 규탄이라는 표현도 없이 '우려' '강한 유감' '재차 강한 유감'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냈지요. '유감'은 '마음에 차지 않아 섭섭하고 불만스럽다'는 얘기입니다.

급기야 북한은 똑똑히 잘 들으라는 듯,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재가동을 검토한다는 뜻을 사실상 밝히고 나섰습니다. 북핵 시계를, 5년 전 험악했던 '화염과 분노'의 시기로 되돌려 한반도 정세를 다시 벼랑 끝으로 몰고 가겠다는 전술이지요. 그런데도 청와대는 그나마 유감 표명도 없이 "한반도 안정과 대화재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엄포를 당장 실행에 옮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내내 공을 들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헛된 꿈이었다는 사실은 보다 분명해졌습니다. 이런 김정은 위원장을 대통령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했고, 임기가 끝나가도록 종전선언만 되뇌고 있습니다. 마치 고장난 녹음기처럼 말이지요.

자존심도 없고 배알도 없냐고 하면 너는 평화를 원치 않느냐는 뻔한 대답이 돌아오겠지요. 그러나 그 말의 함정이 두려워 북한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아무 말도 못한다면 우리는 먼 훗날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뭔가 대화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다면 그 역시 큰 착각입니다. 북한이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왜 다 끝나가는 정권과 대화를 시작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미몽에서 깨어나 북한을 똑바로 바라보시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간곡히 바랍니다.

1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아직도 잘 모르시겠습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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