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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번에도 침묵입니까?

등록 2022.01.24 21:54 / 수정 2022.01.2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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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문학상은 신경림 시인을 시작으로, 이름만 대면 알 문인들이 거쳐간 권위 있는 문학상입니다. 몇 년 전 김사인 시인의 이 시집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상과 상금 2천만원을 거절했습니다. 자신이, 예심이긴 하지만 만해문학상 추천위원이고, 주관 출판사의 계간지 편집위원이어서 온당치 않다고 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문제가 없다고 말렸지만, 그는 끝내 이렇게 사양했습니다.

"상의 공정함과 위엄을 지키고, 제 작은 염치도 보전하고자 합니다"

그런 후배를 노시인이 시로 상찬했습니다.

"그가 달팽이 배밀이로 하는 말이, 속 터지게 느리기는 하여도, 말귀를 알아먹는 이의 귓속에, 언젠가 가 닿기는 닿을 터이지"

중앙선거 관리위원회는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 진정한 민주정치를 실현해야 할 독립적 헌법기관입니다. 위원은 아홉 명, 이 가운데 한 명뿐인 상임위원이 비상근인 위원장을 대신해 사실상 총괄합니다. 누구보다 공정성이 중요한 막중한 자리지요. 그래서 선관위원의 임기는 6년이지만 상임위원만은 3년 임기를 마치면 누구나 예외 없이 선관위를 떠나는 게 관례였습니다.

하지만 조해주 상임위원만은 달랐습니다.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어렵게 지켜온 이 관례가 깨질 뻔한 겁니다. 지난해와 올해 초 조 위원이 낸 사표를 대통령이 거듭 반려하면서 비상임위원으로 내일부터 3년을 더 재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3년간 선관위의 불공정 시비가 일 때마다 논란의 복판에 있었습니다. 문재인 캠프 특보 출신이란 이력을 들어 야당이 반대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그를 상임위원으로 임명했습니다. 야당이 그의 파격적 연임을 가리켜 대선을 앞둔 '알박기 꼼수 인사'라고 비난한 것도 사실은 모두 이 연장선에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선관위 직원들이 대통령의 인사에 정면으로 들고 일어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오불관언 모른 체 하던 대통령이 엊그제 해외순방 중에 서둘러 그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조 위원은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게 된 상황에 사과"하고 사의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바로 사표를 수리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 이라고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대통령 책임이라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비록 뒤늦은 일이지만 이번 사태만큼은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야 합니다.

중앙선관위원 아홉 명 중 두 명이 공석이 됐고, 한 명 빼고는 모두 대통령, 대법원장, 여당이 추천한 인물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도 설명해야 합니다. 지난 5년 선관위에 대한 국민들의 그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단 점에서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기대합니다.

1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이번에도 침묵입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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