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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참 태평스럽습니다

등록 2022.01.25 21:52 / 수정 2022.01.2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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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정약용은 강진으로, 자신은 흑산도로 유배 온 정약전이 젊은 어부 창대를 만납니다.

물고기를 훤히 꿰뚫고 있는 창대가 신통해서 "어찌 그리 잘 아느냐"고 묻습니다.

"물고기를 알아야 물고기를 잡으니까요. 홍어 다니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가 다니는 길은 가오리가 아니까요" 

이 명대사는 대통령이 말했던 방역원칙 하고 통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그것(방역)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그런데 지난 2년 방역의 길은 파울 클레의 추상화처럼, 가운데 이 넓고 빠른 고속도로를 놔두고 삐뚤빼뚤 느린 샛길로 새곤 했습니다.

이 길이 아닌가 보다 하면서 되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들 묵묵히 따랐습니다.

'약장수가 주는 대로 돌도 깨고, 쇠도 깨는' 차력사처럼 말입니다.

"울면서 깼다. 소리치면서 깼다. 휘발유를 주면 휘발유를 삼켰다. 숟가락을 주면 숟가락을 삼켰다"

그러는 사이 모두가 지칠 대로 지친 채, 희대의 역병과의 싸움 3년째에 접어들자마자 완전히 다른 양상의 방역 전선에 섰습니다.

오미크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하루 확진자가 곧 2만, 3만을 넘고 많게는 10만까지 간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그런데 전쟁을 지휘하는 사령부가 도무지 미덥지가 않습니다. "확진자 7천 명을 넘으면 즉시 오미크론 대응체제로 전환한다"더니 막상 7천 명을 돌파하자 또 머뭇거렸습니다.

뜸을 들이다 내일에야 그것도 일부 지역에서만 새 방역수칙을 시행한답니다. 그나마 얼마나 엉성하게 준비했으면, 검사와 치료를 나눠 맡을 일선 병·의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겠습니까.

수십만 격리자를 관리할 시스템도 돼 있긴 한 건가요. "환자 만 명까지 감당한다"고 장담했다가 7천 명에서 두 손 드는 바람에 하루 희생자가 백명에 이르렀던 지난 12월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한눈을 팔기에 이렇게 태평스럽게 늑장을 부리는 것일까요. 그래 놓고 설 귀성을 자제하지 않으면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 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오미크론은 무증상이나 경증이 많고 치명률이 낮다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면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전보다 더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또다시 귀한 생명 애꿎은 희생을 강요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1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참 태평스럽습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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