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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냄새가 진동합니다

등록 2022.01.27 21:51 / 수정 2022.01.2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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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쿰한 지하실 냄새에 박 사장이 코를 쥐는 순간, 기택은 이성을 잃어버립니다.

봉준호 감독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붕괴되는 파국을 냄새로 묘사했습니다.

반지하 세트를 만들면서 음식물 쓰레기로 파리, 모기가 꼬이게 하고 삼겹살을 구워 기름때가 배게 했지요.

고대 그리스 비극시인 에우리피데스는 자신의 입냄새를 비난하는 사람을 채찍으로 때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자기 입냄새는 제대로 맡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남더러 냄새가 난다며 여기저기 코를 킁킁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종무행정의 대가 임성 스님은 늘 주머니가 둘 달린 옷을 입었습니다. 한쪽엔 공금을, 또 한쪽엔 사비를 넣어 섞이지 않게 했습니다.

그런데 윤미향 의원 공소장의 후원금 유용 내역은 이랬습니다. 갈빗집, 요가 강습, 발 마사지에 과태료, 소득세 납부까지… 그는 횡령의혹을 "친일세력의 공격"이라고 했었지요.

TV조선이 연이어 보도해드렸듯, 김원웅 광복회장이 국회 내 카페 자금을 사적 용도에 썼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광복회 건물에 차린 가족 회사가 회장 직인이 찍힌 공문으로 공공기관에 영업을 해온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광복회는 국가유공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한 카페를 국회에서 무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그런데 전 간부 A씨가 "4천 5백여만 원의 카페 자금이 김 회장의 옷값, 안마비, 이발비에 쓰였다"며 송금 내역이 담긴 김 회장 비서 명의의 통장 사본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광복회는 보도자료를 내 "A씨가 카페 개설부터 운영까지 회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비리를 저지르고 회장에게 덮어씌우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윤미향 의원의 경우에서 보듯이 친일세력 운운했습니다. 

A씨는 또 김 회장의 며느리, 조카 처조카가 임원으로 등재된 회사가 광복회관에 들어와 골재사업을 벌였다고 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며느리와 처조카는 등기 임원에서 물러났습니다.

잘 아시듯 김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 안익태 선생,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 민족 반역자라 부르며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독립운동가 이름의 상을 만들어 추미애 전 장관을 비롯한 정권 인사들에게 줬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다들 마스크를 쓰고 살면서 껌과 구강청결제가 잘 팔린다고 합니다.

마스크 덕분에 자신의 입냄새를 깨닫게 된 것이지요. "남에게는 봄바람, 나에게는 가을 서리가 되라"는 가르침이 또 한 번 허망하게 들리는 요즈음입니다.

1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냄새가 진동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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