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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떠날 때라도 말없이

등록 2022.02.17 21:50 / 수정 2022.02.1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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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의 딸 결혼식에서 FBI가 기웃거리자 큰아들이 달려나옵니다. 카메라를 빼앗아 부숴버리고는 지폐 몇 장을 던져줍니다. 이 장면을 본떠 경의를 표한 영화가 있습니다. 폭력조직 2인자가 보스의 장례식을 감시하러 온 형사들에게 이죽거립니다.

"이거 엄연히 초상권 침해야. 알아?"

그는 잔인한 냉혈 악당입니다.

"살려는 드릴게"

하지만 반대파에게 밀려나 마지막 순간을 맞자 깨끗하게 받아들입니다.

"자성이 축하한다고 전해줘라. 회장 자리를 다 앉고 출세했네. 죽기 딱 좋은 날씨네"

조폭도 이럴진대, 현실에서는 구차한 집착 버리고 제때 말끔하게 떠나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인이 노래했습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낙화도 동백처럼 단숨에 뚝 떨어지는 꽃이 있는가 하면, 목련같이 며칠을 두고 지저분하게 지는 꽃이 있습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끝까지 남 탓하고 증오의 삿대질을 해대며 추하게 떠나는 퇴장이 있듯 말입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물러나면서까지 "사람을 볼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보훈처 감사 결과는 명예훼손이고, 모든 비리는 제보자 탓이라며 버티던 그대로입니다.

그는 대한민국 역대 정부를 '반민족 친일'로 매도해왔던 대로 이날도 "민족의 갈등과 분열의 뿌리가 친일 미청산"이라고 했습니다. 선열들의 고귀한 독립운동 정신을 팔아 잇속을 챙긴 입으로 여전히 민족과 친일을 운운했습니다.

그러면서 맨 처음 비리 의혹을 보도했던 저희도 비난했습니다. 그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아니 모르는 척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를 무너뜨린 것은, 언론이 아니라 그 자신이 저지른 파렴치 비리들이라는 사실을…

그는 또 "나는 떠나지만 광복회는 영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광복회가 영원해야 하기에 그가 쫓겨난 겁니다. 그가 내놓은 퇴장의 '변'은 "싸놓고 매화타령 한다"는 속담을 닮았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에 돌팔매질을 하고, 친일의 낙인을 찍는 인두질을 하고, 반일을 부채칠했습니다.

탐관오리가 재물을 긁어 모으듯 글겅이질을 하고, 어떻게든 땜질해보려고 핑계질을 하다 못해, 떠나면서까지 삿대질을 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서 "내 탓이오"라는 김수환 추기경 말씀을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가당찮은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2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떠날 때라도 말없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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