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과 케네디는 우연의 일치가 많이도 겹칩니다. 두 사람은 각기 백 년의 시차를 두고 하원에 진출했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모두 금요일에 머리에 총상을 입었고 숨졌지요. 후임자는 둘 다 존슨이고, 또 생년이 백 년 터울입니다. 링컨 암살범 부스는 극장에서 달아나 창고에서 잡혔고, 케네디 암살범 오스왈드는 창고에서 달아나 극장에서 잡혔습니다. 그리고 둘 모두 암살됐습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요? '
아베의 우연'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시구식 등 번호가, 개정하려던 헌법 96조와 일치했습니다. 탑승한 자위대 전투기 번호가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와 같았습니다. 군함 진수식을 가진 날도 하필 히로시마 원폭 투하 68주년이었지요. 이 셋 중 둘은 '의도된 우연'이었습니다.
시인이 '하필'이라는 말의 허구를 꼬집습니다.
"하필이면 왜 거기에, 하필이면 왜 당신이… 하필은 배후도 동서남북도 모르지만 때로 전능하다. 우연의 전능, 우연은 급히 우연을 조립한다"
이재명 후보의 아파트 옆집을 하필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세내 쓰고 있다는 사실은 참 공교롭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 때 계약한 4인 직원 합숙소라고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한 층에 두 집만 쓰고, 현관문 사이가 2미터도 안 되지요. 그렇게 1년 반을 살았습니다. 한쪽은 경기지사가 살았고 한쪽 은 일반가정이 아니라 젊은 남성들이 수시로 드나든 직원 합숙소였습니다. 그런데 서로 "누가 사는지 몰랐다"니 이 역시 보통 우연이 아닙니다.
우연은 또 있습니다. 계약 당시 경기주공 사장은 지난 연말 이 후보 캠프로 옮긴 측근입니다. 측근도 그냥 측근이 아니라 리틀 이재명이라고 불린 인물입니다. 합숙소 운영을 총괄해온 경영기획본부장도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이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냈습니다.
거기에다 하필 옆집 보증금만 다른 4인 합숙소의 두배가 넘고 훨씬 넓습니다. 옆집 살던 사람은 성남문화재단 부장으로 특채된 사람이고 또 하필 당시 재단 이사장이 이 후보였습니다. 이 정도면 로또급 우연 아닌가요? 민주당은 물론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라고 펄쩍 뜁니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됐다는 말이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우연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우리 사회의 양심은 어디서 찾아야합니까? 대통령이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든 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보통 시민이든 상식과 양심에 기반해 잘잘못을 따지고 논쟁을 벌여야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연찮다'는 "꼭 우연한 것은 아니지만 뜻한 것도 아니라"는 모호한 뜻으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그렇듯 세상은, 우연이라는 씨줄과 필연이라는 날줄이 짜내는 천이라고 하지요. 우연만으로 이뤄지는 일은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2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하필이면 왜 거기에'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