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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국민이 심판합니다

등록 2022.03.03 21:54 / 수정 2022.03.0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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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언제 발을 빼느냐 거지"

미군 잠수함장이 망명하려는 '붉은 시월'호를 지휘합니다. 추격해온 러시아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마지막 순간까지 피하지 않고 버티다 적의 자살폭탄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 갱단들에서 유행했습니다. 서로를 향해 자동차를 마주 달리다 먼저 겁을 먹고 운전대를 꺾는 사람이 치킨, 즉 '겁쟁이'가 됩니다.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 에서는 두 차가 나란히 벼랑 끝을 향해 질주했지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도 유명합니다. 서로 욕심과 불신에 빠져 둘 다 망한다는 이론입니다. 거꾸로 서로 협력해 둘 다 승리하는 건 '긍정 섬 게임' 이라고 합니다.

'건너온 다리 불태우기'와 '최후통첩 게임'도 있습니다. 협상에서 배수진을 치고 최대한 얻어내려는 전술을 뜻하지요.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지던 후보 단일화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 단일화'를 최후통첩으로 던진 지 열여드레 만입니다. 그 동안 양측은 서로 욕심이 앞서고 서로를 믿지 않았습니다. 중도하차 없이 끝까지 내달리는 극한 치킨게임을 벌이다 충돌 직전, 사전투표 전날에야 멈춰 섰습니다.

그렇듯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겁니다. 두 사람이 천명한 국민통합정부도, 둘로 쪼개진 나라를 치유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을만합니다.

하지만 줄다리기가 너무 오래 시간을 끌면서 단일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야권 지지층이 그동안 겪었을 실망과 배신감, 피로와 환멸에 대해선 두 후보 모두 책임이 있습니다. 안 후보가 고개를 숙인 것도 그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겁니다.

"국민 여러분,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치란 원래 생물 같은 거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정치의 역동성을 설명하는것이지 명분없는 말 바꾸기까지 용인된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안철수 후보에게는 두루 끼친 마음의 누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겁니다.

 민주당이 "윤-안 단일화는 자리 나눠 먹기 야합으로 심판 받을 것" 이라고 비판한 것도 정치 세태의 천박함을 드러냅니다. 야권 단일화가 삐걱거리자 안 후보와의 공동정부를 내세워 어제까지도 구애에 열을 올린 게 누구였던가요.

단일화의 옳고 그름은 정치 당사자들이 가리는 게 아니라, 국민이 표로 심판합니다. 우리 정치사에서 또 한번의 단일화가 남길 공과 허물 역시 역사와 국민이 평가할 몫입니다.

3월 3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이 심판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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