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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살려고, 살아내려고

등록 2022.03.04 21:52 / 수정 2022.03.0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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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은 원래 아픈 건데 김광석은 왜 사랑이 아니라고 탄식했을까요. 또 이런 노래도 있습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난 난 잊을 테요…"

상처받는 게 두려워 다가가지 못하는 사랑을 심리학에서 '고슴도치 딜레마' 라고 합니다. 고슴도치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한 데 모여 체온을 나눕니다. 하지만 가시에 찔리기 때문에 어느 선 이상은 가까이 가지 못합니다.

키에르케고르도 말했지요. "현대인은 북풍한설 동토에 버려진 한 마리 가시 돋친 고슴도치"라고…

세 해째 코로나의 광풍 속에 선 우리의 처지가 그렇습니다. 이제 봄이 오기에 더 비극적인 심사를 시인이 노래합니다.

"꽃보라 날리듯 비말 뿜는 봄의 숨결은 뜨겁기만 한데, 마스크 속에 숨은 코는 살려고 살아내려고 몸부림친다"

설상가상 우리 앞에 버티고 선 코로나의 막바지 고갯길이 하도 가파르고 험해서 정신이 아득합니다.

지난 한 주 확진자 세계 1위에, 백만 명 당 확진자는 더 압도적입니다.

어제 하루 백여든여섯 명이 숨져,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기 전 기록 백아홉 명의 두 배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루 30만명 안팎 확진자가 2~3주에서 한 달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3월 말 하루 사망자가 3백에서 5백명까지 나오고 5월까지 만5천명 넘게 숨진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의 정점이 오기도 전에 잇따라 방역 고삐를 풀고 있습니다.

사흘 전 방역패스를 해제한 데 이어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밤 열한 시로 늦췄습니다.

2주 전 밤 열 시로 늘렸던 지침을 오는 13일까지 유지한다던 일정을 열흘 가까이 앞당긴 겁니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커녕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더라도 더 가까이 가라고 등을 떠미는 형국입니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이해하고는 싶습니다만 그렇다면 왜 이제서? 라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방역패스 중단만 해도 '대선을 앞둔 정치 방역'이라는 시각이 저희 여론조사에서 절반을 넘었습니다.

코로나 역병이 돌기 시작한게 벌써 2년이 지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K 방역에 달린 정치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불신이 우리를 더 힘들고 슬프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소설 '페스트' 한 대목에서 '페스트'를 '코로나'로 바꿔봅니다.

"코로나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코로나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입니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험하고… 범람하는 역병의 홍수를 헤쳐나가야할 우리 모두의 처지가 이래저래 고달플 따름입니다.

3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살려고, 살아내려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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