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언제까지 이럴겁니까?

등록 2022.04.06 21:53 / 수정 2022.04.06 22:14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헌칠한 매화가 지난주 불타듯 붉은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붉다 못해 피처럼 검붉은 화엄사 흑매이지요. 이렇게 높다란 각황전 처마에 화엄의 꽃가지를 내밀었습니다. 부처가 말없이 꽃을 흔들어 대중을 깨우쳤다는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겨우내 죽은 듯 시커멓던 몸에서 장엄한 꽃을 피우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옛 고승이 노래했습니다.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겪지 않고서 어찌 짙은 향기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고난은 사람을 더 성숙하고 더 현명하게 만듭니다. 이 매화 시처럼 마음 비우고 미련과 집착 내려놓으라 합니다.

"우리 사는 어디에 시름을 날려보내랴. 매화의 바다에 다락배 하나 띄우면 되지"

고승 야부의 선시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노라"를 닮았습니다. 야부는 이런 명구도 남겼습니다. "천길 벼랑에 매달린 손을 놓아야 대장부"라고. 저잣거리의 장삼이사 필부들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경지입니다.

부산대가 조국 전 장관 딸의 의전원 입학을 취소했습니다. 자체 조사를 시작한 뒤로도 1년이 더 걸렸고, 정권 교체가 판가름 나고서야 나온 결정이어서 뒷맛이 그리 개운치 않습니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을때도 "논의가 진행 중" 이라는 말만 했지요. 기소되거나 1심 판결 전에 학교 측 처분을 받은 숙명여고 쌍둥이와 정유라씨하고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대학 스스로가 망신을 자초한 셈이지요.

조 전 장관의 태도 역시 여전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지난해 출간한 책에서 "법학자로서, 전직 법무장관으로서, 기소된 혐의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나면 승복하겠다"고 해놓고선 곧바로 법원에 부산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냈습니다. 법원이 받아들이면 본안 판결까지 딸의 의사면허는 유지됩니다.

이게 과연 법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전직 장관으로서 할 일인가요? 자신 가족의 일로 나라를 두 쪽 내고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는데, 거짓 표창장으로 대변되는 가진자들의 위선이 미래 세대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는데, 그 대못을 뽑기 위해 우리 사회는 또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지 가늠할 수 조차 없는데, 유감 표명 한마디 하기가 그러게 어려운 일인가요?

지금까지 그랬듯 민주당 안팎에서도 잔인하다, 억울하다, 비통하다, 일가족이 도륙 당했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부산대 결정에 앞서 나온 이 발언 역시 대학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읽힙니다.

"저희 가족 전체가 이런 시련과 환란 상태에 있거든요. 아직 터널 속에 있다, 나는 생각하거든요."

법학자로서, 전직 법무장관으로서 깨끗한 승복은 간 곳 없고, 마치 하늘의 시험에 들어 재앙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그 지독한 자기 연민으로 언제까지 지지자들을 떠나지 못하게 묶어 놓을진 몰라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냥 끝까지 터널 속에서 살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4월 6일 앵커의 시선은 '언제까지 이럴겁니까? '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