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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

등록 2022.04.13 21:54 / 수정 2022.04.1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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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으로 베이징올림픽 개막 소식을 전하는 네덜란드 기자에게 완장을 찬 남자가 접근하더니 고함을 지르며 끌어냅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저는 끌려가고 있습니다"

남자는 자원봉사 보안요원이고, 배경에 어두컴컴한 거리가 나온다는 이유로 생방송을 끊었다고 합니다.

중국 속담에 "염라대왕보다 지키는 잡귀들이 위세를 부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화혁명 때 홍위병처럼 붉은 완장 차고 도처에서 감시 단속하는 공산당 전위대들이 그렇지요.

이 시처럼, 완장을 차면 사람이 달라집니다. "늑대가 된다. 킁킁거리며 어슬렁거린다. 재빠르게 법 위에 올라타서 법을 주무른다. 누구도 벗어날 재간이 없다. 완장이 벗겨지면 이빨 빠진 개가 된다"

소설 '완장'의 백수건달이 딱 그렇습니다. 저수지 관리인 완장을 차자 사람을 패고 행패를 부립니다.

하늘 같은 벼슬인 줄 알고 하늘 높은 줄 모르다 결국 완장을 빼앗기고 마을에서 쫓겨나지요.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국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고,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한다는 일정을 만장일치로 확정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거지요. 아울러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위력 과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검찰에게서 박탈하는 6대 범죄 수사권을 어디로 옮길지도 정하지 못했습니다.

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경찰 출신 의원은 "수사권이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하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선거에 패배하고 물러나 서울시장에 출마한 전 대표는 "검찰보다 경찰이 권력을 훨씬 잘 따른다"고 했습니다.

이런 지경이니 정의당은 물론 현 여권과 가까운 민변, 참여연대까지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문재인 정부 권력형 의혹과 이재명 전 지사 관련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입법 폭주극을 벌이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나라의 질서를 유지해 온 중요한 대들보를 버팀목도 세우지 않고 이렇게 뽑아 버릴 순 없는 일입니다.

집이 무너져도 나만 빠져나오면 된다는 생각인가요? 국민이 비록 민주당에 법안 통과에 충분한 의석을 줬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하라는 뜻은 아니었을겁니다.

국민들에게 한시적으로 위임 받은 입법권을 하늘이 내린 완장으로 착각하지 않고는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밀어붙이겠다는 그 속마음을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의 완성 시점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로 잡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대통령도 이미 같은 생각일 거란 해석이 있습니다만 저는 아직도 대통령의 상식을 믿습니다.

4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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