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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첫 마음

등록 2022.05.10 21:56 / 수정 2022.05.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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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읍내 언덕에 한옥이 올라앉아 있습니다. 솟을대문에 걸린 편액만 아니면 영락없는 고택입니다.

1900년에 지은 성공회 강화성당입니다. 절처럼 내건 범종엔 연꽃 대신 십자가를 새겼고, 예배당은 팔작지붕 기와집입니다. 기둥마다 법당처럼 매단 한자 주련은 성경 말씀이지요. 서까래에 그린 태극과 십자가까지, 성공회의 '비아 메디아' 정신이 빛납니다. 대결과 배척이 아니라 공존과 조화를 추구하는 중용의 길입니다.

예배당 중앙에 세례대 '중생지천'이 있습니다. '거듭나는 샘' 이라는 뜻이지요. "몸 가다듬고 마음 씻어,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라"는 여덟 글자를 새겼습니다. 세례는 새 삶, 새 출발을 상징합니다.

'처음'이란 늘, 설레고 힘차고 순수합니다. 시인이 세수하듯 먹은 첫 마음을 노래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늘 새 마음이기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자유는 보편적 가치입니다."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는 담백했습니다. '나라 안팎에 닥친 위기를 자유라는 가치로 극복하자'고 했습니다. 현란한 수사, 언어의 유희보다는 직설적이고 건조한 어휘로, 군더더기 없이 국정 철학과 비전을 말했습니다. 타고난 성품과 지나온 내력이 그렇겠지만, 앞에 놓인 역경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습니다.

경제 안보 외교… 나라 안팎 사방팔방으로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없어서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 한복판에 선 형국입니다. 그 폭풍우를 뚫고 나아가려면 무엇보다 화합과 통합, 협치가 중요합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되는 건, 사형대로 가는 죄수의 기분과 같다"고. 잭슨은 대통령이 '고급 노예'라 했고, 태프트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자리'라고 했지요.

김영삼 대통령도 "살아보니 청와대가 적막강산 감옥이더라"고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매일 거울을 보며 '당신은 아플 자유도 없다'고 되뇌었다"고 했지요.

대통령이 된다는 건, 외롭고 험한 고행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이란, 집무실에 들어서면서부터 '떠나는 순간 내 모습'을 생각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5년 뒤 진심 어린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려면 꼭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약속했듯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재건하는 것'입니다.

5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첫 마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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