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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거칠게 질문해달라

등록 2022.05.12 21:50 / 수정 2022.05.1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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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랩에 맞춰 몸을 들썩거리며 기자단 만찬장 연단에 섭니다. 화면에 부인 미셸의 앞머리와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띄우고 너스레를 떱니다.

"집권 2기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미셸의 비법을 빌렸지요"

연말 회견에선 질문한 기자에게 되묻습니다.

"유럽으로 전근 간다고 들었는데, 어디로 갑니까"
"브뤼셀로 갑니다"
"브뤼셀은 와플이 맛있지요"

오바마만큼 언론을 가까이한 대통령도 드뭅니다. 8년 동안 공식 기자회견만 백쉰여덟 번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회견으로만 기자들을 만나는 게 아닙니다. 백악관에 누구를 초대하거나 행사를 열 때마다 로즈가든에서 즉석 일문일답을 합니다. 헬기를 타러 가거나 내려서 마당을 오갈 때도 질문을 받곤 하지요.

"우리(나와 시진핑 주석)는 대만합의를 준수할 겁니다"

언론을 꺼리는 바이든도 임기 첫 해 기자들과 나눈 즉석 문답이 2백열여섯 차례나 됩니다.

"이제 다 1층에 다 입주했어요? 책상들 다 마련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출근하면서, 로비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출근 소감을 묻자 "일해야지요"라고 답한 뒤, 취임사에 '통합'표현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장관 추가 임명에 관해서도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청와대 시대에는 볼 수 없던 장면입니다. 아주 가끔 하는 회견이나 간담회가 아니고선 대통령과 현안에 관해 문답을 나눌 기회 자체가 없었지요. 기자인 제게는 이 새롭고 경쾌한 소통 장면이 더욱 반갑고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언론과의 소통은 곧 국민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언제든지 일층에 가 국민과 최대한 소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약속대로 제1 집무실 바로 아래에 기자실과 기자회견장이 마련됐습니다.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룸처럼 회견장에서 직접 현안 브리핑을 할 거라고 합니다. 마지막 백악관 브리핑에서 오바마가 기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여러분은 아첨꾼이 아니라 회의론자여야 합니다. 거칠게 질문해야 합니다"

그는 "기사가 다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지만, 여러분 덕분에 더 정직하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했지요.그 말을 듣던 기자 몇몇이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오바마는 브리핑이나 회견을 하다, 기자와 서로 얼굴을 붉혀가며 열띤 토론을 벌이곤 했습니다. 우리 대통령 집무실 일층에서도 그런 장면을 자주 보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5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거칠게 질문해달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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