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들의 일그러진 초상

등록 2022.05.13 21:51 / 수정 2022.05.13 21:56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낮에는 점잖던 인간이 달 뜨는 밤만 되면 늑대가 됩니다. 광기에 사로잡혀 사람을 닥치는 대로 습격합니다. 그리고 또 아침이 오면 멀쩡한 인간 행세를 하고 다닙니다. 그 광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시킵니다. 50년 전 이 논쟁적 영화에서 주인공은 폭행과 성범죄를 저지르다 실험대상이 됩니다. 선정적 폭력적 영상을 보여주면서 구토 일으키는 약물을 주입하는 인간개조 실험이지요. 그는 베토벤 '합창'만 들으면 토하는 나약한 인간이 됩니다.

저승을 재현한 법당 명부전에는 열명의 판관, 시왕이 앉아 있습니다. 그중 열 번째 오도전륜대왕은 영적 진화에 무관심하고 지혜를 구하지 않은 죄를 심판합니다.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은 자들을 흑암지옥에 떨어뜨립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고, 고통도 감정도 없는 영원한 무감각에 가둡니다. 모든 죄에는 업보가 따르는 법이지요.

민주당의 성범죄, 성추문이 끝이 없습니다. 이번엔 정책위의장까지 지낸 중진 박완주 의원이 보좌관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제명됐습니다. 국회 차원 징계까지 요청하겠다는 걸 보면 상당히 심각한 사안인 듯합니다. 그가 박원순 시장 사건 때 "지도층의 낮은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해 단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서 더 당혹스럽니다.

"철저한 수사로 가해자는 물론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까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 놓고 뒤로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짓을 삼가지 않았던 겁니다. 차라리 공자 말씀이나 하지 않았으면 그나마 환멸이 덜했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김원이 의원도 보좌관의 여직원 성폭행을 은폐하고 2차 가해에 가담했다는 피해자 신고가 나왔습니다. 최강욱 의원은 또 온라인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성적 발언을 한 뒤 누가 봐도 뻔한 억지 핑계를 대며 잡아뗐습니다. 그런데도 당이 어물쩍 넘어가려 하자 당내 보좌진협의회에 폭로와 제보가 잇따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까지 파문이 번지는 걸까요? 무슨 전염성 중독증도 아닐 텐데 왜 유독 이 당에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성적 가학이 도착증이듯, 지배한다는 의미에서 권력도 도착증"이라고 이미 오래 전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이 진단한바 있습니다. 성적 일탈과 뒤틀린 권력은 닮았다는 얘기지요.

술에 취하듯 권력에도 취하면 걸음걸이가 갈짓자로 비틀거립니다. 그 적나라한 민낯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수치심도 자제력도 경계심도 사라진 그들만의 막장 드라마 결론이 어떻게 날 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5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그들의 일그러진 초상'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