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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해일 앞에서 흔드는 버들잎

등록 2022.05.16 21:50 / 수정 2022.05.1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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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자주 등장하는 북한 영화입니다. 환자를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 뒤로, 긴 족자에 쓰여 있습니다.

"의사의 정성이 명약이다" 인요한 교수는 북한 병원에서 이 구호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했습니다. 그가 결핵 퇴치를 도우려고 스무 번 넘게 방북해 돌아다닌 군(郡)단위 인민병원들은 비참했습니다.

전기와 수도사정부터 열악하고, 초음파 같은 의료장비는커녕 혈액-혈청 검사도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2018년 유엔 보고서도 평양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 병원들이 링거 병 대신 맥주병을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수술 환자가 반창고, 붕대, 알코올부터 시장에서 사와야 하고, 그나마 부분마취밖에 안 돼, 할 수 있는 수술이 몇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고려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요법을 퍼뜨려 왔습니다. 

"살구는 여러 가지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 주고 병을 낫게 하기 때문에 일명 내과의사라고까지…."

그중에서도 일부 아스피린 성분이 들어 있다며 해열-소염제로 써온 것이 버드나무 껍질입니다.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북한이 치료법으로 "버드나무 잎을 우려 하루에 세 번 마시라"고 했습니다.

산림이 더 황폐해질까 봐 껍질 대신 잎을 권한 듯 합니다. "기침 나면 꿀을 먹고, 숨차면 창문을 열어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4주를 지내고 피를 토하거나 기절이나 출혈을 하면 병원에 가라는 겁니다. 

'확진자'를 단지 열이 있는 '유열자'라고 부르는 건, 진단장비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백신 접종률은 제로입니다.

전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북한과 아프리카 독재국가 에리트레아, 단 둘뿐입니다.

에리트레아는 백신 공동구입 프로젝트 '코백스'가 "아프리카를 파괴하려는 서방의 술책"이라고 배척했고, 북한도 코백스 백신과 중국 시노백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방역능력도 없고, 주민들은 만성적인 영양과 면역 결핍에 시달립니다. 이제 농번기에 전면 봉쇄되면 식량난까지 닥칠 위험이 커서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할지 짐작하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이 방역 지원방침을 밝힌 뒤로도 초대형 방사포를 쏘고, 7차 핵실험까지 준비 중입니다.

선전매체들은 우리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망한 민국' '무지하고 추악하다'는 욕설을 퍼붓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북한이 직면한 재앙을 못 본 척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 핏줄 동포들이 버드나무 잎을 달여 마시며 무방비로 당하는 참담한 모습을 어떻게 지켜보기만 할 수 있겠습니까.

5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해일 앞에서 흔드는 버들잎'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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