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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정신 차리십시오

등록 2022.05.19 21:51 / 수정 2022.05.1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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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질서)! 오더! 아~~ 오더!"

목젖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린 소리로 우렁차게 '질서'를 외치는 이 남자. 영국 하원을 10년 동안 이끌었던 존 버커우 의장입니다. 그는 '오더'를 도합 만4천 번이나 외쳐 회의장의 야유와 소란을 잠재우곤 했습니다. 끝없이 발언하려는 존슨 총리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지요.

영국 하원의장은 우리처럼 당적을 버려야 합니다. 퇴임 후에도 원래 정당에 복귀할 수 없습니다. 동료 의원들을 사적으로 만나지도 않습니다. 엄정한 중립을 지키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영국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은 하원의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헌정사 최장수 국회의장은 이효상 의장입니다. 3선 개헌을 별관에서 날치기 통과시켰던 장본인이지요. 입법부 수장이 유세에 나서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우리 영남인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며 지역감정을 부추긴 초유의 기록도 남겼습니다.

그가 대구의 중학교 교장 시절 제자가 이만섭 의장입니다. 그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주요 법안을 원안처리 하거나 직권상정 해달라는 요청을 번번이 거부한 강골 의회주의자였지요. 그의 16대 국회 개원사를 들어보시지요.

"(저는 앞으로 이 자리에서 의사봉을 칠 때)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며, 마지막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양심의 의사봉을 칠 것입니다"

역대 국회의장들이 여야 없이 국민만 보고 일했는지 나중의 평가는 엇갈립니다만 적어도 포부 만큼은 다 이와 비슷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번 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한 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출마선언이 가관입니다. 국회의장이 아니라 마치 정당 원내대표라도 뽑는 것 같습니다.

김진표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일이 우리의 사명이고 운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검수완박 강행 때 법사위에 급히 투입돼 안건조정위원장을 차지한 꼼수의 당사자였습니다. 연장자가 위원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국민의 힘이 맡을 자리를 가로채 야당의 심의권 봉쇄에 앞장섰지요.

조정식 의원은 국회의장이 어떤 자리인지 아예 모르는 듯 합니다. "국회의장이 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겠다. 민주당 정신을 근본에 두고 의장직을 수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출마 의원 중에 한 사람쯤만 빼고는 다들 국회 권력으로 정권에 맞서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후반기 국회는 민주화 이후 유례없이 한쪽으로 기운 여소야대입니다. 민주당은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 힘에 넘기겠다던 약속부터 파기하겠다고 합니다. 그런 마당에 의장이 스스로를 특정 정파의 행동대장 쯤으로 여기고 노골적으로 친정 편을 들면 국회 꼴, 더 나아가 나라 꼴이 뭐가 되겠습니까?

5월 19일 앵커의 시선은 '정신 차리십시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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