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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등록 2022.05.20 21:51 / 수정 2022.05.2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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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불러줘요. 나 집에 갈래"

집에서 딸과 함께 산다고 믿었던 치매 노인이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집이 아니라 요양병원에 갇혀 있다는 걸 알고서 울부짖습니다.

"누가 날 좀 데려가 줘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 소식을 들은 안소니 홉킨스가 치매를 앓다 떠난 아버지 묘소를 찾아 시를 바칩니다.

"어두운 밤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마오.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하오"

중풍으로 요양병원 병상에 누운 노인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를 탄식합니다.

"뭐냐고 이게… 나 좀 도와줘"

요양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시인에게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가 사정합니다.

"짐승도 제집에서 죽고 싶어해.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집을 놔두고 내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나 좀 집에 보내줘, 제발"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요양시설은 많은 이들에게 삶의 마지막 환승역 같은 곳입니다. 그럴수록 사람이, 핏줄이 그리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년 반 코로나의 재앙 속에서 가장 외지고 깊이 고립돼 방치되다시피 한 곳도 요양병원이었습니다. 간혹 이렇게 면회 기회가 열릴 때마다 벌어졌던 눈물바다들은, 노인들에게 제일 괴롭고 무서운 것이 병환이 아님을 절절하게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거리 두기가 사실상 해제된 지금도, 요양시설은 마지막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나마 가정의 달을 맞아 한시적으로 열린 접촉 면회 덕분에 모처럼 혈육이 손을 맞잡고 체온을 나눌 수 있었지요.

"이게 얼마 만이야, 엄마"
"울면 안 돼. 울면 자꾸 슬퍼지니까. 울지 마세요"

면회는 매우 조심스럽고 엄격한 기준으로 진행됐습니다. 오미크론 유행 절정기에 요양시설에서 숨진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 다행스럽게도 요양시설 집단감염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모레까지였던 접촉 면회를 기한 정하지 않고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까다로운 기준도 조금 완화했습니다.

무엇보다 핏줄과 핏줄 사이에 흐르는, 애틋한 정과 애타는 마음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겠지요. 외롭게 병상에 누워있던 할머니는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가 반가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울지 말아, 울지 말아. 괜찮아"

그리 멀지 않은 시일에, 모두가 눈물 대신 환한 웃음으로 만나는 장면들만 보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5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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