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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인공 눈물은 빨리 마른다

등록 2022.05.24 21:50 / 수정 2022.05.2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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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눈물이 안 나요"

안구건조증이 생소하던 시절, 전도연의 명대사와 인공눈물 넣는 장면이 화제가 됐던 영화지요.

마종기 시인은 미국서 의사로 일하며 숱한 죽음을 봤습니다. 방금 죽은 이의 뺨에는 늘 한 줄기 눈물이 드리워 있었습니다.

이승을 등지는 슬픔의 흔적이었을까요. 눈물샘 기능이 정지되면서 고여 있던 눈물이 흘러내린 것이었습니다.

"눈물단지 가져오너라"

폭군 네로가 로마를 불태운 뒤 억지 눈물을 짜냅니다. 위선적인 '악어의 눈물'이지요.

악어는 먹이를 씹으며 눈물을 흘립니다. 슬퍼서가 아니라, 턱을 움직이는 신경이 눈물샘도 함께 열어,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대주는 겁니다.

사람도 얼굴신경이 마비되면 눈물샘과 침샘 신경이 뒤엉켜, 음식을 먹으면 눈물이 나곤 합니다. 그래서 '악어 눈물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살려고 먹는 것이 회개의 눈물과 한 묶음이라는 건 우습고도 슬픈 일이지요. 

"정말 많이 잘못했습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습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허리 숙여 사과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민주당을 바꾸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이고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수없이 봐온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작년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는 사과였습니다.

어디 그 뿐이었을까요? 대선을 앞두고도 사과와 약속을 무더기로 쏟아냈습니다.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는지가 분명해야 진정한 사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장면 모두 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던 때 나왔습니다. 그런데 선거 끝나고 어떻게 됐습니까. 반성은 커녕 다시 입법폭주를 시작했습니다.

대선 직전에 내건 정치 개혁안들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윤미향 의원 제명도 공수표였습니다.

총선 출마 않겠다던 대표는 서울시장에 나섰습니다. 온갖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군사작전 치르듯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였습니다. 

그래 놓고는 지방선거가 불리해지자 또 다시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을 이끄는 또 한 사람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했던 합의와 약속을 깨뜨리고 나섰습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겨 주겠다던 그 약속 말입니다.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고 그 약속과 저 약속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역시 뒤죽박죽입니다.

그러니 발등의 불, 지방선거를 앞둔 반성과 사과와 약속을 누가 곧이 곧대로 믿겠습니까.

정치가 아무리 비열한 게임이라 해도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까지 면제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내 이름이 왜 오대수냐면, 오늘만 대충 수습하면서 살자… 이래서 오대수인 거거든"

5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인공 눈물은 빨리 마른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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