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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우리는 과연 다를까?

등록 2022.05.25 21:53 / 수정 2022.05.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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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께 제가 복사본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있다고 전해주세요"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을 만나 형의 섹스 스캔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이 남자.

"맙소사! 그 노인네" "그 빌어먹을 파일을 가져오게"

눈엣가시였던 그가 죽자 닉슨이 반색했던 남자… 죽을 때까지 48년 동안 미국 막후 정치를 쥐고 흔든 초대 FBI 국장 에드거 후버입니다. 대통령을 독대할 때마다 그의 손엔 늘 서류철이 들려 있었습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요인들의 사생활과 치부가 담긴 비밀 파일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여덟 명 바뀌도록 그를 내치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존안자료'라는 게 있었습니다. 사정, 공안기관이 공직 인사에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대외비 인사파일이어서 그 안에 뭐가 들어 있을 지가 늘 관심사였지요. 멀리 갈 것도 없이, 박지원 국정원장이 했다는 이 말에서 잘 드러납니다. "다 공개하면 이혼할 사람들 많을 거"라는 말이 그저 빈 총이었을까요.

'왕수석'으로 불리던 민정수석의 권력 기반 역시 날마다 쌓이는, 방대한 인사와 정보 자료들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에게 집중된 권력의 폐해를 누구보다 실감나게 겪은 당사자입니다. 그래서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했고, 민정수석 핵심업무인 인사정보 수집과 검증을 경찰과 법무부로 넘기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구체적인 이관 계획이 나오면서, '왕수석'의 '왕'자도 함께 이관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인사혁신처장의 인사정보 수집관리 권한을, 대통령 비서실장뿐 아니라 법무장관에게도 위탁한다"는 근거 법령부터가 논란입니다. 경찰은 문재인 정부 때처럼 세간의 평판을 수집하는 보조역할에 그치고, 법무장관이 인사검증을 총괄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법무장관이 검찰 인사를 넘어서 주요 고위 공직자 인사에 깊숙히 관여할 수 밖에 없고 장관이 한동훈이라면 얘기는 또 달라집니다.

여러분들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그 우려를 저 역시 그대로 느끼고 있어서 이유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게다가 대통령실 인사 라인도 모두 검찰 출신이어서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검찰의 나라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동훈 장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잘한 일이 될 수도 있고, 논란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 아시듯 한 장관은 이미 야권으로부터 '소통령' '왕장관'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시의 우병우 민정 수석, 문재인 정부의 조국 민정 수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권력을 대폭 국민들에게 반납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출범한 정부이고 실제로 국민들의 기대가 적지 않습니다. 정권의 출발은 항상 우리는 그들과 다를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권력의 속성이 바뀌지 않는 이상 지나친 자신감은 항상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는 사실 앞에 윤석열 정부 역시 좀 더 겸허할 필요가 있습니다.

5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우리는 과연 다를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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