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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세상에 이런 일이

등록 2022.06.23 21:49 / 수정 2022.06.2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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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외곽 이 마을은 15세기 이래 교통 요지여서 오래된 여관이 많습니다. 수백 년 된 '수탉 여관'과 '황소 여관'이 명물이지요.

거기 묵었던 여행자들이 경쟁하듯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꾸며내면서 '수탉과 황소 이야기'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나 '엉터리 해명'을 뜻합니다.

동해에 사는 뚝지는 못생긴 데다 굼뜨고 느립니다. 바위에 달라붙어 사는데 사람이 손을 뻗어도 달아나질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멍텅구리로 불려왔지요.

멍텅구리라는 말 자체가 뚝지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숙맥이라고 하지요. 한자 숙(菽)은 콩, 맥(麥)은 보리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콩과 보리도 구별 못한다'는 고사성어에서 나온 말입니다.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발표 사태는 알려진 경위가 황당해서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경찰청에서 행안부로 파견된 치안 정책관이 기안 단계 인사안을 최종안으로 잘못 알고 통보했다는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콩과 보리를 구분 못 하는 사람도 아닐 텐데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게다가 경찰은 두 번 다 대통령 재가도 안 거치고 발표해버렸습니다. 민정수석실과 협의해 발표한 뒤 결재를 받아온 관행을 따랐다는 게 경찰 해명입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이 없어진 지가 벌써 한 달 반입니다. 더욱이 치안 정책관은 1차 통보 때 "보고 양식에 맞춰 대통령실과 협의해 결재 준비를 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경찰은 그 말도 흘려들었다는 겁니까?

치안 정책관이 첫 인사 발표 후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최종안을 통 보했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동안 확인 한번 안 했다는 얘기인가요.

최종안에서 일부 보직이 바뀐 것은, 경찰청이 "우리 추천권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밝힌 만큼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행안부가 서둘러 저녁에 다음날 자 인사를 통보한 건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장관이 경찰청장 면담을 이틀째 거부하는 것도 국민들 눈에는 이상한 광경으로 비칠 겁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문제를 두고 벌써 여러 날 두 기관이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국기문란을 거듭 거론한 데에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한 것도 경찰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번 사태의 전개 과정은 부조리극이라도 보는 듯 물음표 투성이입니다.

경찰이 다른 쪽의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출했다면 대통령의 발언을 떠나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국민이 상식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정확한 사실 관계부터 밝히길 바랍니다.

6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세상에 이런 일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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