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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경찰은 어디로 가야 하나?

등록 2022.06.28 21:50 / 수정 2022.06.2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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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개혁으로 포도청이 폐지되고 근대 경찰조직 경무청이 탄생했습니다. 경무청 고문이 된 영국인 스트리플링은 조선 경찰관, 순검의 임무가 "호랑이와 귀신의 공포로부터 국민을 구호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그 둘을 개화기 백성이 가장 무서워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순검 뽑는 구술시험에서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곤 했습니다. 포수를 특채하는 예도 많았지요. 호랑이와 귀신 잡는 순검은, 경찰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각인시킨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130년 가까이 지난 오늘의 경찰은 어떤 모습입니까? 퇴직 경찰 고위 간부는 '위정자들의 말을 잘 듣는다'는 부정적 표현의 극치로 '견찰'을 꼽았습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을 꼬집는 데 쓰이곤 하는 시구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하고도 통하지요.

물론 묵묵히 일해온 대다수의 경찰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평가지만 거기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불신에 하나 더 얹힌 것이 있습니다. 두려움입니다. 검수완박이라는 장맛비에 둑이 터지면서, 경찰로 쏟아져 들어가는 권력의 거센 물줄기를 보며 느끼는 걱정과 공포 같은 것이지요.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을 서두르는 이유도 거기서 출발합니다. 국가 수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까지 넘겨받는 '공룡 경찰'을 그냥 둘 수는 없다는 겁니다. 이전 정부까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을 통제하고 인사에도 관여해 왔습니다. 민정수석실이 최종 결정을 하고 행안부는 제청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것이 관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경찰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붕 떠버린 겁니다. 그래서 행안부가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을 통제하기로 한 걸 정부는 정상화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안부가 나서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세계 어느 경찰조직도 누리기 힘든 권한을 통제받고 싶지 않은 듯합니다. 임기가 한 달도 채 안 남은 경찰청장의 사의는 그래서 정치적 행보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중요합니다. 국민의 인권을 다루는 최전선인 만큼 권력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될 일입니다. 없는 죄를 있다고 하거나 있는 죄를 없다고 해선 더더욱 안 될 일입니다. 이 대목에서 냉정하게 돌아봅시다. 지금 경찰조직을 그냥 두면 과연 그렇게 될까요? 같은 이유로 검찰 개혁을 외쳐왔듯 경찰 역시 사정이 달라지면 거기에 맞는 합당한 제도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그걸 거부하면서 국민을 위한다고 할 순 없습니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말 타고 다닐 형편이 되면, 고삐 끌어주는 견마(牽馬) 하인을 두고 싶어진다, 그러니까 한없이 욕심부리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지금 경찰은 유사 이래 최대의 권력을 가지기 직전에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권력을 더 가지려 하기보다는 스스로 힘을 빼고 국민들에게 다가갈 궁리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찰의 미래를 위한 길이 될 겁니다.

6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경찰은 어디로 가야 하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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