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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유나가 무슨 죄입니까

등록 2022.06.30 21:52 / 수정 2022.06.3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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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 앤서니 퀸이 불러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았던 노래, 한대목 들어보시지요.

어린 아들을 언제까지나 지켜주겠다는 다짐과 사랑이 잔잔하게 와닿습니다.

"비틀거리고 넘어져 제가 부를 때 옆에 계셔주세요"
"손을 내밀어 별을 잡는 거야.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테니까"

갓난아기는 환희요 천국입니다. 부모 된 삶에서 그보다 더한 선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샘물 같은 숨소리로 길어만 올리다가, 어느새 잠든 아가는 천상에 피는 얼굴"

아기는 부모의 손가락을 잡는 순간, 삶의 첫 악수를 나눕니다. 부모에게 그 악수는, 아이를 세상으로 내보낼 때까지 고이 잘 키우겠노라는 일생의 약속입니다.하지만 시인은 아들을 60일 만에 잃고 맙니다.

"나는 마지막을 붙들고 울 듯, 새벽이면 우는 새"

춘추시대 사상가 안자에게 가난한 두부장수 부부가 찾아와 자식 잘 키우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안자가 말했습니다.

"지금 사는 대로 새벽부터 밤늦도록 수레를 끌고 밀며 두부를 팔면 됩니다. 여름엔 땀에 흥건히 젖고, 겨울엔 수염에 고드름이 달리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이기만 하면 그보다 잘 키우는 법은 없습니다"

실종됐던 조유나 양과 부모가 바닷속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부모가 진 빚과 투자 실패, 인터넷 검색 내용들로 미뤄 극단적 선택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열 살 유나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는 어린 자식을 데리고 간 길에 결코 '동반'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각기 두 살, 여덟 살 아이와 함께 죽으려 했다가 자신들만 살아남은 두 엄마가 2년 전 법정에 섰습니다.

판사가 징역 4년씩을 선고하며 말했습니다.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할 수는 있지만, 일단 뛰기 시작한 심장은 그 누구도 멈춰 세울 수 없습니다"

그는 "자녀의 생명권이 부모에게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자식을 제 손으로 살해하는 극악한 범죄" 라고 꾸짖었지요. 

"자식은 모든 어머니를 삶 가운데 붙들어 매는 닻" 이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나의 부모는 아직 젊은 서른 중반 이었습니다. 세상에는 그보다 훨씬 더 불우하고 절망적인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식을 보며 힘과 용기와 희망을 되찾아 역경을 견뎌내곤 합니다.

티 없이 맑고 밝은 유나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그리고 한 가닥 솟아오르는 분노를 누르기 힘듭니다.

6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유나가 무슨 죄입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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