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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시작하기에 늦은 건 없다

등록 2022.07.06 21:52 / 수정 2022.07.0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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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청소원으로 일하는 수학 천재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합니다. 학대받으며 자란 상처 때문입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존 내시는 조현병에 시달렸습니다. 독일군 암호를 해독해낸 앨런 튜링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생을 마감했지요.

세 영화는 천재성 뒤에 드리운 그늘에 주목했습니다. 그래도 천재들은 매혹적인 수학의 세계에 한없이 빠져듭니다. 특목고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 학생을 일깨워줍니다.

"아무리, 아무리 봐도 기가 막힌단 말이디. 아름답지 않네?"

무한대로 이어지는 원주율 숫자를 칠음계로 바꿔, 아름다운 선율의 '파이 송'을 연주합니다. 1을 도, 2를 레, 8과 9는 한 옥타브 높은 도와 레로 표현하는 식이지요. '수학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는 "수학은 글쓰기나 음악 같은 예술의 한 분야"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학의 매력은 자유로움" 이라고 했지요.

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모두 한국에서 다녔습니다. 그런데 중학 때까지 '수포자'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기형도 같은 시인이 되고 싶어 중퇴했고, 검정고시를 거쳐 물리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마저 낙제 학점이 많아 6년을 다녔지요. 그는 대학원에서야 수학 공부를 시작했지만 유학 첫해, 45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세계적 난제를 증명해냈습니다. 서로 다른 수학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상상력은, 어렸을 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펼쳤던 덕분이 아닐까요. 물론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다만 "어떤 일이라도 시작하기에 늦은 일은 없다"고 한 그의 말에는 울림이 있습니다. 그가 걸어온 행로는 '수포자'가 넘쳐나는 우리 교육 현장을 돌아보게 합니다. 입시 위주, 암기식 반복 학습으로 학생들을 몰아붙여서는 결국 수학에서 더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 말이지요.

허 교수는 "영화들이 천재 수학자를 소통에 서툰 외골수로 묘사하는 것은 현대 수학자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수학도 고독한 작업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는 수학 영역 사이 벽을 허물었을 뿐 아니라, 다른 학자들과 문제를 공유해 풀어보는 소통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복잡 난해한 수학 연구가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 할 분도 없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현대문명의 진보부터 실생활 작은 부분까지 수학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듭니다. 한국인 허준이 교수의 커다란 성취 역시, 몇 세대 뒤엔 인류의 삶을 바꿔놓으리라 믿습니다.

7월 6일 앵커의 시선은 "시작하기에 늦은 건 없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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