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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첩보 삭제 안했다" 박지원 해명의 맹점…그날밤 靑회의, 누가 주도했나

등록 2022.07.07 21:11 / 수정 2022.07.0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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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정원이 자신들이 모셨던 전직 원장을, 그것도 직전 원장을 고발한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만큼 파문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파문이 어디까지 미칠지 취재기자에게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권은영 기자, 오늘 박 전 원장과 직접 통화를 했다는데 뭐라고 하던가요?

[기자]
네, 박 전 원장과는 7분 정도 통화했는데요, 어제 입장문을 통해 밝혔던 것처럼 첩보 삭제를 부인하면서 시종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박지원 / 전 국정원장
"그 첩보는 국정원이 생산지가 아니고 우리는 공유했을 뿐이다. 내가 삭제를 해라하고 지시한 것은 없어요.국정원은 PC를 쓰면은 메인에 다 기록이 남아요."

[앵커]
그런데 고발 내용을 보면 첩보를 삭제한 게 아니라 첩보를 토대로 생성한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것 아닙니까? 이건 분명히 다른거지요?

[기자]
네, 박 전 원장이 말하는 첩보, 이른바 SI는 한미군당국이 북한군 교신내용을 감청한 기록으로 7시간 분량에 달합니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첩보를 정책결정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방향을 잡아주는 게 바로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하는 보고섭니다.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박 전 원장 당시 국정원이 첩보를 엄밀하게 분석해서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이씨가 자진 월북한게 아니란 점이 드러났을 것" 이라고 했는데요, "그래서 박 전 원장이 당시 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앵커]
정리되지 않은 첩보 그 자체가 아니라, 이걸 토대로 만들어진 보고서를 삭제했기 때문에 그건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거란거지요? 박 전 원장은 이 보고서 부분은 뭐라고 반박했습니까?

[기자]
국정원 보고서를 삭제한 적도 없고,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때문에 결국 검찰 수사에서 이 부분이 명확히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만약 군과 국정원이 자료를 삭제한 게 사실이라면 더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는데 당시 청와대 회의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간 겁니까? 

[기자]
네, 이대준 씨는 22일 밤 10시 10분쯤 시신이 불태워졌는데 이후 23일 새벽과 오전에 청와대에서 긴급관계장관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는 서훈 안보실장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는데, 여기서 국방부와 국정원이 이씨의 월북경위를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시다시피 그 회의 이후 정부는 이 씨가 자진월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이씨를 자진월북으로 결론내린 주체가 바로 청와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수사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국정원도 이런 방향에 맞춰 보고서를 썼다는 의혹이 있고, 그걸 삭제한 게 이번 고발 사건의 배경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랬다면 왜 그랬는지 당시 상황을 다시 한번 돌아보지요?

[기자]
문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이후 단절된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기였습니다. 이 씨가 사살된지 3시간여 만인 23일 새벽 1시26분. 유엔총회에선 문 대통령의 녹화연설이 방영됐는데, 미국과 북한 등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제안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문재인 前 대통령 (제 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랍니다."

남북관계의 활로를 모색하던 당시 청와대의 뜻이 이대준씨의 월북을 단정하는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입니다.

[앵커]
이 정황들은 추정의 영역이고요. 고발이 됐다고 하니까 수사 당국이 구체적인 경위는 파악을 하겠지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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