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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슬아슬하지만

등록 2022.07.07 21:52 / 수정 2022.07.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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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하게 굴지마"
"됐어요. 마이크 내려놔!"
"나가세요"

트럼프만큼 언론을 혐오한 대통령이 있을까요. 그는 헬기가 기다리는 백악관 잔디밭에서 자주 즉석 회견을 했습니다.

"안 들려요. 더 크게 말해요"
"다시 말해봐요"

요란한 헬기 소리를 핑계로 불리한 질문을 막는 그의 수법을, 언론은 '헬리콥터 토크' 라고 불렀습니다. 권력자는 비판적 언론을 싫어하기 마련입니다.

레이건과 오바마쯤이 예외였지요. 하지만 '위대한 소통자'로 언론의 칭송을 받았던 레이건도,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기자들을 욕해 속내가 들통났습니다.

대통령들은 중요한 연설이나 TV 출연을 앞두고 며칠씩 전문가들과 치밀하게 콘티를 짜고 리허설을 합니다. 그런 '미디어 트레이닝'을 카터는 거추장스러워 했습니다.

참모들이 카터에게, 규제 철폐를 선언하는 연설을 하면서 책상 위 서류들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카터는 "이 백지 뭉치들은 소품" 이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만큼 순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언론과 국민은 오히려 그런 그를 싫어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 일정을 소화하면서 약식 회견 '도어스테핑'을 연이틀 건너뛰었습니다. 인사에 관한 직설적 언급이 설화에 가까운 논란을 일으킨 직후여서 자연스럽게 도어스테핑을 재고하는 기회로 떠올랐습니다.

여권과 대통령실에서도 걱정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변화하는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질문을 사전 조율하거나 제한하지 않는 진행이 언론은 물론 많은 국민의 마음을 끌어당겼습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즉석 단문 단답에서 감정이 걸러지지 않은 발언이 이어지면서 지지율을 깎아 먹는 요인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 표현을 빌리자면 "창문을 열어놓았더니 비바람이 너무 들이치는 형국"입니다.

그래도 대통령의 적극적 소통 의지는 변함없다고 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일 아침, 사흘 만에 도어스테핑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그 소통 의지를 저는 지지합니다. 하지만 그 소통이 국민과 언론, 대통령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어서는 곤란할 겁니다.

'지도자가 미디어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 이유'를 위기관리 전문가가 꼽았습니다. "무엇을 말할지 요점을 추리고 돌발 질문에 대처하는 법, 이야기가 벗어났을 때 돌아오는 법, 그리고 진실하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짧은 메시지일수록 순도 높게 여과하고 정제해서 촌철살인으로 압축해야 공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변화가 아직은 모두 어색하고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도 대통령의 발걸음이 언론 앞에 멈춰서기를 기대합니다.

7월 7일 앵커의 시선은 '아슬아슬하지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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