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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박진 방일 놓고 '대일(對日) 저자세 외교' 비판론…MB전철 밟나

등록 2022.07.21 09:53 / 수정 2022.07.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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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4년 7개월 만에 한일 외교장관 양자 공식 회담이 성사된 것 자체가 일본 측의 진지한 대응의 일환이다." - 도쿄 특파원 간담회

박 장관과 외교부 당국자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감지했다"며 방일 성과를 브리핑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를 드러냅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관계였나, 윤석열 정부는 우리 사이가 좋아질거라 낙관론을 펴고 있는데 성급해보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일본 자민당 사토 마사히사 외교부회회장은 박 장관의 방일과 관련해 당내에서 합동회의 이후 "박 장관이 기시다 총리를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만나게 해줬더니 '일본의 성의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며 "언어도단(言語道斷)이자 룰 위반"이라며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예방했다. 박 장관과 기시다 총리가 기념 촬영에 응하는 모습. / 외교부 제공

▲ "대일 저자세" 지적

박 장관과 하야시 일본 외무상과의 외교장관 회담은 덕담을 주고받는 모두발언조차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고, 사후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습니다.

또 한국 외교부 보도자료와 달리, 일본 외무성 공식 보도자료에는 하야시 외무상이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 등 현안 해결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박 장관이 "해결책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내용이 적시됐습니다. 우리가 먼저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한 해결책을 가져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읽힙니다.

직전에야 확정된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박 장관이 주로 이야기를 하는 입장이었고, 기시다 총리는 가만히 듣다가 이전의 '논리와 같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약식 기자회견장에서 기시다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한일 회담 성과와 관련한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일본 측이 (민관협의체 구성에 관한)우리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브리핑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저자세 외교'라는 지적을 하고 있고, 한 시민단체는 오늘(21일) 대통령실 앞에서 '굴욕적 대일외교 규탄' 기자회견을 합니다.

2012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전 일본총리 / 조선일보DB


▲끊어진 다리를 이으려는 그때 그 사람들의 노력…결과는?


"자신들이 끊어놓은 다리(한일 관계)를 다시 이으려는 MB 정부 사람들의 고군분투로 보인다" - 전직 외교부 고위당국자

정부가 왜 이러는 것인지에 대해서 외교가에서는 요즘 종종 '이명박 정부' 외교 이야기가 소환됩니다.

이명박 정부는 한일 간 셔틀외교가 마지막으로 살아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초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 없다"고 전향적 발언을 했고 일왕 방한도 추진했습니다. 일본은 일제시대 강제 반출됐던 조선왕실의궤를 돌려줬고, 일본 총리도 방한했습니다.

화기애애했던 한일관계는 일본 측이 서명 직전까지 갔던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합의를 거부하고, 이에 이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면서 틀어졌습니다. 일본은 '폭거'라면서 반일 여론이 들끓었고, 이후 10년 간 한일 셔틀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외교부 차관이 현 안보실장,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현 안보실 1차장입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령 '저자세'라는 평가를 듣더라도 정부는 일본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3년 넘게 방치됐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 같다"며 "관계 개선을 하려는 노력 만큼은 평가할 만하다"고 했습니다. 그 예로 외교부 내부에서 '큰 리스크'로 꼽히는 강제 동원 민관협의회가 차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꼽았습니다.

윤석열 캠프에 참여했던 한 외교 전문가는 "한국이 가지고 있던 도덕적 우위, 국제적 위상이 전 정부의 정치적 접근으로 망가져 우리 입장이 매우 불리해졌다"며 "현 정부의 관계개선 노력은 국내 여론을 의식해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기시다 정부에 움직일 명분을 주려는 일종의 실험"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유훈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유부단' 평가를 받는 기시다 총리가 강경파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박진 장관의 노력이 단단히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녹일지, 아니면 일본 국내정치의 늪에 빠져 대일 저자세 외교란 비판만 받다 끝나게 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만약 후자의 경로로 가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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