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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CSI] 지역특산물 쓰면 와인도 전통주?…모호한 기준에 소비자만 '갸웃'

등록 2022.08.01 21:36 / 수정 2022.08.0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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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충주사과'로 만든 미국식 발효주, '애플사이더'와 수입쌀로 빚은 막걸리 가운데 어느 쪽이 전통주일까요. 정답은 '산지 재료'를 쓴 '애플사이더'입니다. 술을 빚는 방식이 아니라 재료가 전통주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거죠.

전통주로 분류되면 판매 혜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조업자도 여간 민감한게 아닌데요, 우리 술 육성을 위해 필요한 건 뭔지, 소비자탐사대 송지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통주 전문 매장인데 매대를 차지한 건 영국식 증류주인 '진'에 미국식 발효주 '애플사이더', 와인, 럼 등 낯선 술입니다.

판매원
"이거는 전통주라고 하긴 좀 애매한데 사과가 국산 사과로 들어가는…."

현행 법상 전통주는 술을 빚는 방식이 아니라,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식품 명인 등 만든 사람과, 지역 농산물을 썼는지로 정해지고 있어섭니다.

이 때문에 수입 쌀이 주원료인 막걸리는 전통방식으로 만들었더라도 일반 주류인 반면, 미국 국적 가수가 원주 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와, 미국 양조회사가 충주 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는 산지 재료 덕분에 전통주입니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면 50% 세금 감면과 온라인 판매 혜택을 누릴 수 있다보니, 농업법인을 만들어 전통주 요건부터 맞추는 신생업체들도 생겨납니다.

판매원
"(업력이) 많이 안 됐어요. 3년? 3년 정도? 2~3년 된 거 같아요. 그게 (지역특산주) 인증받기 편하니깐…."

하지만 산지 농산물을 쓴다고 해서 다 전통주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충남 예산 사과로 국산 브랜디를 숙성중인 이 농장주도, 와인은 되는데 맥주, 위스키, 브랜디는 '지역특산' 전통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규제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정제민 / 지역특산주 제조업자
"1년 미만으로 숙성하고 일반 증류주라면 세제 혜택이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데 브랜디로 붙이는 순간에 혜택이 사라져요."

이 때문에 제조원가를 고려해 수입쌀을 쓰는 막걸리도 전통주에 포함시키고, 지역특산주는 별도로 육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입니다.

이대형 / 경기도농업기술원 박사 
"외국에서 만들어진 제조 방법인데 그게 어떻게 해서 우리 전통주가 되느냐 그래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전통주 범위에서 바깥으로 빼서…."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뒤늦게 법 개정 검토에 나섰습니다.

시대와 입맛 변화에 따른 전통주 진화도 좋지만, 모호한 기준에 전통주 육성이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건 아닌지…소비자탐사대 송지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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