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이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지난 1일 밤 11시10분쯤 경찰청 112 상황실에 한 여성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수화기 너머로는 남녀가 다투는 목소리가 들렸고, 이내 여성은 비명을 질렀다.
'2층인데요'는 자신이 있는 곳을, '나가!'는 누군가에게 급박히 외치는 것이라는 걸 경찰은 눈치챘다.
신고자, 주소, 내용, 어느 것 알 수 없었지만 경찰은 곧바로 '코드1'을 발령했다.
신고 대응 단계 중 '코드1'은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임박하거나 발생한 경우 적용된다.
경찰은 즉각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실패했다.
신고한 여성이 사용하는 번호가 별정통신사(회선 설비 미보유 사업자)에 가입돼 위치 추적이 안 됐던 탓이다.
현행 '위치정보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방청·해경청·경찰청이 긴급 상황에서 구조·신고 요청을 받아 위치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된 업체는 이동통신사 3곳.
이통 3사의 통신망을 임대해 사용하는 별정통신사 역시 경찰에 협조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영세한 까닭에 야간이나 휴일엔 근무자가 없어 해당 시간대에 경찰의 가입자 조회 요청에 응답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다.
경찰은 결국 신고자와 가장 가까운 기지국 위치를 중심으로 수색 활동을 벌였다.
그렇게 신고 접수 2시간쯤이 지난 새벽 1시 무렵, 한 남성 A씨가 울산 남구에 있는 한 파출소에 찾아와 자수했다.
이후 경찰이 범행장소로 찾아갔지만 신고자로 보이는 여성은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A씨는 채팅앱으로 만난 피해자와 돈 문제로 다투다가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범 오원춘. / 조선일보DB
당시 피해 여성 역시 별정통신사 가입자로, 위치추적에 실패한 경찰이 기지국 중심으로 수색을 벌였지만 한발 늦었다.
유사 사례가 10년 만에 재발하면서 위치추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별정통신사의 경우에도 야간이나 휴일에 응대 직원을 두거나 경찰·소방 등과 비상 연락창구를 개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통신사 기지국, 와이파이, GPS 등 3가지 방식을 활용해 신고자 위치를 추적하는 이른바 '위치 기반 시스템'(LBS) 역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GPS 정보는 오차가 반경 10m 이내지만, 와이파이는 오차가 수십 미터, 기지국은 수백 미터에 이른다.
긴급 상황에서 기지국을 중심으로 한 수색이 허탕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상대적으로 오차가 적다는 와이파이, GPS를 통한 위치추적도 성공률이 30%에 그친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 동안 경찰청에 요청된 와이파이, GPS 위치조회 2160만 3800여 건 중 추적 성공 건수는 689만 9600여 건(31.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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