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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신발 신고 발바닥 긁기

등록 2022.08.05 21:50 / 수정 2022.08.0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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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숙이! 향숙이 예쁘지" 

애꿎은 용의자가 형사들을 피해 달아나다 사고를 당합니다. 철길엔 운동화 한 짝만 나뒹굽니다. 봉준호 감독은 유난히 신발을 상징적 이미지로 즐겨 씁니다.

"다 도망가! 도망가!"
"여러분, 이건 신발이 아니야. 무질서야!"
"구두 한 짝이 없어"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이래, 벗겨진 신발 한 짝은 황망함 그 자체입니다.

시인은 "새벽 역전 광장에 홀로 남은 구두 한 짝"에서 기구한 삶을 봅니다.

"남편이 끌려가던 날 새벽, 뜨락에 벗어진 신발 한 짝"은 6·25 때 납북된 남편을 그리워하는 평생의 한입니다.

절 천장에 매달린 이 악착보살은 극락 가는 배에 타려고 밧줄을 단단히 붙잡았습니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습니다.

"기자들도 만나서 여론 수렴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준비한 발표문만 읽고 질문을 피해 서둘러 빠져나가다 몸을 움칫합니다. 신발 한 짝이 벗겨진 겁니다.

다섯 살 조기 취학 방안에 항의하던 학부모가 울먹이자, 박 장관이 손을 잡아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학부모가 뿌리칩니다.

"장관님 제가 위로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예요. 네 네"

한 달 전 대학 총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3월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 이라지만, 취임 사흘 만에 떠날 생각부터 하면서 무슨 백년대계를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박 장관이 돌아갈 수 있다고 한 곳은 행정학 교수 자리입니다. 그는 교육정책 경험이 전혀 없는 행정학자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국무조정실 출신이고, 이상원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입니다. 대통령실에서 교육정책을 맡고 있는 안상훈 사회수석도 교육과 무관한 복지 전문가입니다.

국가 교육정책 라인이 이렇게 비전문가 일색이어서는, 조기취학을 불쑥 꺼내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취학 연령 하향은 애당초 시급한 교육개혁 과제도 아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입니다. 뒤늦은 공론화에 앞서 이게 왜 대통령 보고의 앞자리에 올라가게 됐는지부터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또다시 신발 신고 발바닥 긁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 테니까요.

"구두라고 아무 발에나 다 맞는 것은 아니라"는 영국 속담이 있습니다. "마른 구두를 신고서는 생선을 못 잡는다"는 속담도 있지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그 신발에 맞는 사람은 따로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인사를 하면서, 용케도 신발이 안 맞는 사람만 골라내는 그 안목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대로라면 교육부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암담하기도 하고요.

8월 5일 앵커의 시선은 '신발 신고 발바닥 긁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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