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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美 펠로시 의장이 남기고 간 3가지 장면

등록 2022.08.06 16:30 / 수정 2022.08.0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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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미국 의전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이 일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바이든 대통령 후 2번째 미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이었다.

미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인 펠로시 의장의 나이는 올해 82세.
1987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후 내리 18선을 지낸 '정치 9단'이다.
자신을 "강인(tough)하고 똑똑한 여성"으로 치켜세우면서, '휴전'을 호소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고 "거짓 통계로 점철됐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연설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작년 2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인권'과 '자유'를 내걸고 강경행보를 보여온 펠로시 의장과 윤 대통령과의 '케미'를 기대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만남은 없었고, 한미 어느 쪽의 바람이었는지 모르지만, 1박 2일 방한 일정은 조용하고 빠르게 흘러갔다. 뇌리에 남은 장면들을 추려봤다.

①썰렁한 공항…"만남 거절했다면 의전에 만전 기했어야"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미국 대표단은 2일 밤 9시 26분쯤 전용기로 오산 미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현장에 한국 정부 인사는 없었다.

"미국 의전서열 3위의 방한인데 왜 아무도 나가지 않았느냐"며 '홀대' 논란이 일자 정부는 "나가려했는데 미국 측이 늦은 시간, 공군 기지를 통해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하지만, 우리보다 늦은 시간인 밤 10시 40분, 펠로시 의장이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대만 외교부장이, 밤 10시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에 도착할 때는 외무성 부대신(차관)이 맞았다.

한 외교가 인사는 "순방국 중 유일하게 대통령 면담이 어려웠다면, 의전에 특별히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②연극 관람 사진 공개…"尹 대통령 푹 쉬고 있다" 브리핑

안보실 설명에 따르면, 한미가 대통령 면담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2주 전 일이라고 한다.

그때 우리 측은 "휴가로 지방 일정이 있다"고 미국에 설명했다. 이후에 이 지방 일정은 취소가 됐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펠로시 의장이 방한한 그날 밤, 윤 대통령 부부가 연극 관람을 하고, 연극인들과 뒷풀이를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1일에는 "윤 대통령이 잠을 많이 자고 푹 쉬고있다"는 브리핑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중국의 비난과 군사행동 예고로 세계 언론이 떠들썩하던 시점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실제로 지방에 가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할 망정, 서울에서 쉬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말았어야 한다", "대통령이 푹 쉬고있다는 브리핑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여름 휴가 중인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한 뒤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③좀처럼 조율되지 않는 대통령실 메시지

"모든 것은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 것" -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 (4일 14시 13분)

"그 자리(홍보수석 브리핑)에 없어서 처음 듣는 표현…확대회담 방식의 통화 한 것이 국익을 생각한 조치라고 한 게 아니었겠는가 해석을 해본다" - 안보실 핵심 관계자 (4일 16시)

논란이 계속되자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총대를 멨다. 그는 면담 불발과 관련해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면서 "모든 것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답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대통령 휴가만이 '면담 불발'의 이유라고 설명하다가 "국익을 고려한 것"이라고 새로운 이유를 공개한 건데, '국익'이란 중국과의 갈등을 고려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을 의식해 펠로시 면담을 피했다고 인정한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2시간 뒤 같은 브리핑룸에 내려온 안보실 핵심관계자는 '국익'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처음 듣는 표현"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과 윤 대통령의 면담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면담이 없다"고 했다가 다시 "조율 중"→"면담은 없다"→"전화 통화 성사"로 내내 혼란을 일으켰다.

"만나면 좋았겠지만 한미관계 영향 없어"

외교소식통은 TV조선 취재진에 "펠로시 측은 대만 방문이 너무 정치적으로 보여지지 않도록 다른 아시아 나라 방문을 추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 때문에 펠로시 측의 윤 대통령 면담 요청이 늦기도 했지만, 우리의 결정도 긍정에서 부정으로 다소 오락가락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사 인준부터 시작해 북한과 아시아와 관련한 모든 정책이 전부 의회를 거쳐 만들어진다.

기시다 총리가 황급히 이른 아침 일정을 빼 조찬을 한 것처럼, 윤 대통령이 무리해서라도 펠로시 의장을 만났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민간연구소의 미국 전문가는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은 바이든 대통령 등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만나지 않더라도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문가는 "대통령실이 국내에서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하고 대처를 못한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기획 능력·내부 소통 부실로 받지 않아도 될 비판을 받은 부분은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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