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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죽어야 산다

등록 2022.08.11 21:50 / 수정 2022.08.1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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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쇼핑몰 앞에 들어선 작품 '카르마' 입니다. 차곡차곡 겹쳐 앉은 인간 군상이 7미터 넘는 탑을 이뤘습니다. 잘 아시듯 '카르마'는 불교의 업보를 가리키지요.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인과응보를 시각화했다고 합니다.

영국 여장가수 보이 조지의 '카르마 카멜레온'도 지은 죄, 업을 노래합니다. 이랬다 저랬다 괴롭히는 연인이 죗값을 치를 거라는 원망을 주문처럼 욉니다. 백수의 왕 사자는 죽고 나서도 다른 짐승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합니다. 결국 사자의 주검을 먹어 치우는 건, 몸속의 벌레들입니다.

집안이든 나라든 망하는 이유는 안에 있다는 맹자 말씀처럼 말이지요.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공자 말씀도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를 욕되게 하면, 남도 나를 멸시한다'는 얘기이고, 모든 업보는 자업자득이기 마련입니다.

국민의힘이 자중지란 끝에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정권을 뺏긴 당이 새 출발의 의미로 비대위를 꾸리는 경우는 종종 봅니다만 이긴 정당이 석 달 만에 이렇게 부스러지는 건 처음 보는 일입니다. 와중에 당 대표는 자신의 정당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이 꼴 보려고 지지했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여기까지 왔지만 넘어야 할 산은 더 높습니다. 집권당의 운명을 사법부에 맡긴데 이어 판결 여하에 따라 한 정당에 대표가 둘인 황당한 막장극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욕되게 하는 집권당을 국민이 어떤 눈으로 볼지는 굳이 물을 필요도 없을 겁니다. 

이 대표는 자칫 자멸에 이를지도 모르는 극한대립을 선택했습니다. 지금 내몰린 상황이 억울하고 분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무모한 폭주의 결과도 생각할 때가 됐습니다. 나름 이 대표의 처지를 이해하고 도우려 했던 사람들이 잇따라 가처분 신청을 만류하고 나선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온 당 지도부 역시 잘한 건 없습니다. 반성하고 자중해야 마땅합니다. 결단이 필요하다면 결단해야 합니다. 정치적 해법에 일방적 양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는 게 순리입니다. 이 대표에게 그나마 퇴로를 열어주는 길이기도 하고요.

석가모니는, 강을 건너면 타고 온 뗏목을 버리라고 했습니다. 지고 가면 고통스런 짐만 될 뿐이라고 했지요. 고집과 아집, 집착을 버리라는 가르침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집권 석 달 만에 민심의 바다가 얼마나 거칠고 험한 곳인지를 실감했을 겁니다. 이제는 잿물을 마시고 칼을 삼키는 각오로 살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 길은 눈앞의 이익이나 정치공학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8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죽어야 산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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