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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시 "반지하 퇴출"…실효성은?

등록 2022.08.12 07:46 / 수정 2022.08.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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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폭우로 반지하 주택 주민들의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서울시가 주거용 반지하 집을 없애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반지하 집이 없어지면 침수 피해는 막을 수 있겠지만, 반지하에 거주하는 서울의 20여 만 가구는 어디로 가야할지, 정책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도 예상됩니다. 사회부 임서인 기자와 함께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반지하 주택이 폭우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반지하 주택 주민만 4명입니다. 서울 관악구의 발달장애인 가족 3명, 동작구의 50대 여성 1명인데요, 특히 저지대에 지어진 반지하 주택은 높은 곳에 있던 물이 계단을 통해 집안으로 들이닥치기 때문에 기습적인 폭우엔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봐야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최대 20년에 걸쳐 반지하 주택엔 사실상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게 서울시 방침입니다.

[앵커]
물론 당장 이사를 가야하는건 아니지만 반지하 주택 주민들은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합니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서 숨진 일가족의 어머니를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구해 드리라"고 참모들에게 지시를 내렸는데요, 문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연 평균 10만가구에 못미친다는 점입니다. 앞서 서울의 반지하 가구는 20여만 가구라고 말씀드렸죠. 또, 이곳은 무주택자라야 입주가 가능한데요, 그래서 만약 반지하 주택을 자가소유했다면 공공임대주택 입주가 불가능해집니다.

[앵커]
그런데 반지하 주택 주민들은 대부분 전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세입자들 아닙니까? 

[기자]
반드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번에 관악구에서 참변을 당한 일가족들은 이 집을 매입해 7년째 살고 있었던 걸로 알려집니다. 반지하 거주민들 중에서도 전월세와 잦은 이사가 부담스러워 부족한 형편에도 집을 장만하신 분들도 상당수 있다는 거죠. 이런 분들은 소득 수준이 아무리 낮아도 집이 있다는 이유로 공공임대주택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앵커]
공공임대주택 외엔 대안이 없습니까?

[기자]
'주거 바우처'도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차상위계층 가구에 시가 월세를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월세를 지원하려면 대규모 예산 확보가 필수겠죠. 공공임대주택도, 주거 바우처도, 제대로 실현되려면, 풀어야할 숙제들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무조건 반지하 집을 일률적으로 없애기보다는 침수 위험이 높은 반지하 집만 골라서 거주를 제한하면 되지 않을까요? 

[기자]
지금 말씀하신 안은 이미 10년 전에 나온 대책입니다. 지난 2012년 건축법 제 11조는 '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심의를 거쳐 건축 불허가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이 4만 호 이상 지어졌다는 게 서울시 설명입니다. 제도는 있었지만 유명무실했던 거죠. 만약 법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이번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앵커]
그래서 이번엔 침수 우려에 관계없이 무조건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서울시는 앞으로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고, 기존에 허가된 집들은 10∼20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없앤다는 방침입니다. "반지하 주택엔 사람이 못살게 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메시지를 통해서,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거란 기대도 큽니다. 서울시 관계자도 "주거 환경이 가장 취약한 세입자부터 차례로 이주시키면 장기적으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반지하 주택 퇴출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표명한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주거용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서울시 대책의 실효성도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서울시 대책에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이미 사용 중인 반지하 주택에 대한 안전 확보도 중요한데요. 관련 목소리 들어보겠습니다.   

이영주 /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반지하를 금지하는 것과 동시에 순수하게 지하로 뭉쳐있는 거주 공간들에 대해 거주환경 개선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같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생각이 되고요. 사용 중인 이런 반지하 공간, 개구부에 대한 우수 유입을 막는 장치나 제도에 관련된 부분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도 개선과 더불어 거주환경 개선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인데요. 반지하 주택을 급격하게 줄이면 취약계층은 고시원이나 쪽방 등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어 주거 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따라서, 낙후지역 재개발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 반지하 주택이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이번 폭우로 주거 취약계층의 열악한 환경 개선이 정부의 큰 숙제로 떠올랐군요. 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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