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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강을 건너다

등록 2022.08.15 21:50 / 수정 2022.08.1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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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렸네, 영원히 가버렸네. 돌아오지 않는 강으로…"

마릴린 먼로가 주제가를 불렀던 이 서부극의 무대는 미국 아이다호에 있는 새먼강입니다.

깊이 2천백미터 계곡 급류를 뗏목으로 지나가기가 너무나 험난해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는 별명을 얻었지요.

비운의 화가 이중섭이 그 영화 제목을 딴 마지막 작품입니다. 창문 밖에 휘몰아치는 강물을 바라보는 남자. 일본으로 떠난 아내와 두 아들, 이북에 남았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이중섭 자신입니다.

가수 이난영의 남편이자 김 시스터즈의 아버지, 김해송이 쓰고 부른 '개고기 주사'란 노래가 있습니다. 허세와 객기를 부리는 빈털터리 사내를 꼬집습니다.

개고기 주사란, 조선시대 어느 참봉이 좌의정 김안로에게 개고기를 뇌물로 바쳐 주서로 승진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잘 아시듯 개고기는 워낙 속된 말입니다. '성질이 고약하고 막된 사람'을 가리키지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돌아오지 않는 강,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누군가를 공격할 때 즐겨 써온 사자성어 양두구육을,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정면으로 날렸습니다.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저였습니다”

지난 대선 선거운동을 개고기를 팔았다는 말로 비유한 겁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자신을 욕했다는 얘기부터 지난 6월 독대 내용까지 폭로성 주장을 쏟아냈습니다. 이른바 윤핵관을 실명 거론하며 "절대 반지에 눈이 돌아간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기자회견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고 돌아오지 않기로 작심한 듯 대부분의 언어는 증오와 저주, 적개심, 복수심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 모든 사태의 진원지는 이 대표 자신입니다. 성 상납 의혹의 빌미를 제공하고 무마를 위해 측근을 보내 투자각서까지 써 준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입니다.

거기에 따른 성찰과 반성도 당연히 있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훨씬 힘있게 들렸을 겁니다. 그것이 없었기 때문에 철부지의 밥투정으로 치부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전국위원회에서 90퍼센트 가까운 찬성으로 비대위 전환을 의결한 것, 그동안 그에게 호의적이던, 그리고 호의적이려고 노력해 오던 대부분의 당내 인사들까지 등을 돌린 것 역시 간과해선 안 될 일입니다.

옛말에 "산속의 적을 무찌르기는 쉬워도, 내 마음속의 적을 물리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자기 자신이 가장 질이 나쁜 적"이라는 로마 금언도 있지요. 당 대표가 극단적 정치투쟁으로 치달으면서 집권 여당 국민의힘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시대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숨이 턱에 닫는 국민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양고기니 개고기니 하는 이 낯 뜨거운 정치 막장극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합니까? 더구나 오늘은 순국선열들의 피가 땀이 배인 광복절이지 않습니까?

8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강을 건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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