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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 윤석열의 길

등록 2022.08.17 21:53 / 수정 2022.08.1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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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동안 많은 일을 이뤘네. 골프 핸디도 낮췄고, 트위터 팔로워도 늘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침대에 앉아 취임 백일을 자축합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 백일을 풍자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아 끔찍해. (트럼프 임기) 4년 내내 우울증 약이 있어야 하는데…"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 백일의 성과를 따지기 시작한 것은 루스벨트 때 부터입니다. 그는 "이 나라는 지금 행동, 행동을 요구한다"고 선언한 뒤 백일 사이 일흔여섯 개 법안을 통과시켜 강력한 정책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의 백일 치적은 전무후무한 4선 연임의 기반이 됐고, 그 뒤로 백일 계획 발표와 집행은 관례가 됐습니다.

국민과 의회, 언론이 호의적으로 봐주는 '허니문' 기간과 겹쳐,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발판으로 삼곤 하지요. 그러나 민주화 이후 우리 대통령들은 허니문은커녕 험난한 백일을 견뎌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태어나 백일이 지난 것을 백일잔치로 고마워하듯 말이지요.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백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국민의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모두발언을 '국민'으로 시작해 '국민'으로 맺음으로써, 국민이 지지율로 표시한 실망과 질책을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20분 가까운 모두발언 대부분은 지난 백일의 성과를 내세우고 자평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백일 동안 국민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당혹스러움과 불안감에 대한 성찰과 개선의 의지는 크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을 겁니다.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솔직하게 인정하고, 어떻게 고치고 바꾸겠다는, 성찰과 반성 어린 약속 말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대통령은 "앞으로 여러 문제들을 따져보고 짚어나가겠다"는데 그쳤습니다. 초유의 집권당 내분에 대해서도 답변을 피했습니다. 민생을 살피느라 정치권의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챙겨볼 여유가 없었다는 말도 진솔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옛말에 "잘못을 깨달으면 즉시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세찬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풀이 강함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항한지 백일만에 드센 폭풍우에 갇혔습니다.

앞으로 천7백일 험난한 여정이 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백일에 대한 성찰도 앞으로의 천7백일에 대한 비전도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고장난 엔진과 방향타를 점검하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그 기백을 되살려 남은 천7백일의 항해를 준비하길 바라겠습니다.

8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 윤석열의 길'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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