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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눈 가리고 아웅

등록 2022.08.18 21:51 / 수정 2022.08.1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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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 가정의 식탁 풍경입니다. 편식하는 아이가, 먹기 싫은 음식을 엄마 몰래 강아지에게 먹입니다. 횡재한 강아지는 숟가락을 핥으며 꼬리를 흔들어댑니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의 잔꾀를 환히 보고 있습니다. 꾸짖기보다는 얘를 어떻게 타이르고 가르칠지 궁리하는 듯합니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이성재가 심은하의 시나리오를 쳐주는 장면입니다. 컴퓨터에 문외한이었던 이성재는 대충 자판 두드리는 흉내를 냈다가 시사회에서 들통이 났습니다. 단체로 온 PC통신 동호회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 겁니다. 이성재는 "뭘 하든 진짜로 해야겠다고 뼈저리게 반성했다"고 합니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시인은 하도 그리워서 차라리 눈을 감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제 눈을 가리고 안 보이는 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걸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하지요.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당헌 80조 개정을 포기했습니다. 당직자 직무정지 시점을 '기소 즉시'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을 때'로 고치기로 했다가 하루 만에 물러섰습니다. 길게는 몇 년씩 걸리는 하급심 판결까지 당직을 유지하게 하려는 잔꾀가 너무 뻔히 보였던 걸까요. 무엇보다 당 안팎의 반발과 논란이 워낙 컸던 탓이겠지요.

그런데 뒤늦게나마 잘했다고 할 수가 없게 생겼습니다. 80조 1항은 그대로 둔 대신, 기소돼도 어렵지 않게 빠져나갈 구멍이 3항에 뚫렸습니다. '정치 탄압이라고 인정되면 직무 정지 처분을 취소 할 수 있는' 의결 주체를 당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꾼 겁니다.

윤리심판원은 아홉 명 중 다섯 명을 외부 인사로 채워야 합니다. 아무리 당 대표라도 장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당무위는 당 대표 쪽 사람들로 채워질 수 있는 기구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1항 개정보다 더 강력한 방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은 80조를 아예 삭제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라이언 일병 한 명을 구하려고 정예대원 여덟 명이 사지로 들어갑니다.

"라이언이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길 바라야지"

'꾀'에서 나온 파생어가 이렇게 많습니다. 그중에 '꾀피우다'는 '약다' '약삭빠르다'처럼 "자신에게만 이롭게 꾀를 부린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꿩은 머리가 나쁜 모양입니다. 꼬리가 훤히 보이는데 대가리만 감추고서 잘 숨었다고 안심한다니 말입니다.

8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눈 가리고 아웅'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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