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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文정부 때 군 수의계약 없앴는데…"팬티 만들던 회사는 어떻게 됐습니까"

등록 2022.09.22 15:26 / 수정 2022.09.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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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 연합뉴스

"우리 아이들이 한겨울에 내의 좀 입겠다는데 이 예산을 깎았어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지난 19일 윤석열 정부의 '비정한 예산 삭감'이라며 한 말입니다.

내년 국방 예산 가운데 군인들의 속옷 등 피복류 예산이 깍였다고 주장했는데,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착오였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숫자가 줄어든 건 맞는데, 뭐가 착오였을까요?


◇ "팬티 1장 당 860원 저렴해져"

군에 입대하면 신병 한 사람 당 팬티 7장과 러닝셔츠 7장이 지급됩니다. 이 팬티 1장에 5379원인데 내년부턴 장당 4517원으로 단가가 장당 862원 저렴해집니다.

국방부는 전투화는 20억5000만 원, 팬티 16억7000만 원을 비롯해 축구화와 내복 등의 단가가 낮아진다고 밝혔습니다. "전투화 310억 원, 축구화 21억 원, 동내의 95억 원, 팬티 5억 원, 양말 4억 원 삭감됐다"고 한 서 의원의 주장과는 수치부터 많이 다르죠.

국방부는 또 "예산을 깎은 것이 아니라 단가가 낮아져서 그런 것"이라며 보급엔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 군 속옷값은 왜 내려갔을까

안 오른 게 없다고 할 정도로 물가가 올랐는데 장병 피복류 단가는 왜 낮아졌을까요?

그 이유는 납품 방식이 달라진 데 있습니다.

군은 50여 년 넘게 수의계약으로 납품을 받아 왔습니다.

보훈단체나 장애인단체 등 특정단체에는 이른바 '쿼터'를 줬는데요.
군납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공개입찰을 조금씩 늘렸지만 이 수의계약 쿼터는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값은 비싼데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고 지난 정부에서 수의계약에서 공개입찰로 납품방식을 바꿨습니다.

가격과 품질만으로 경쟁을 하니까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 불량군복, 5년 새 316만 벌·1200억 원 어치 납품

'불량군복' 논란은 사실 문재인 정부 때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의 윤주경 의원이 지난해 5월 문제제기를 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당시 군의 부실급식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터라, 방위사업청은 부랴부랴 납품업체를 전수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16개 업체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모두 316만 벌, 1218억 원 어치 불량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장애인협회는 367억 원, 한국△△△기업협회는 295억 원, 주식회사□□는 110억 원 어치를 육군에 납품했습니다.

원단 질이 낮아 기준 규격에도 미달인 제품이 많았고 심지어 땀 흡수가 안 되는 여름 활동복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군 장병들에게 지급된 뒤였습니다.

 
◇ 文정부, 수의계약 2025년까지 모두 없애기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수의계약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5년에는 아예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마침 군 부실급식 논란으로 정부가 9개 부처를 모아 민·관·군 합동 TF를 꾸렸었는데, 식자재 납품 방식을 바꾸면서 피복류까지 그 대상에 포함시킨 겁니다.

"우선 지난 50여 년간 유지되어온 수의계약 방식을 경쟁계약 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 지난해 10월 14일)

단가가 낮아진 게 문제라면 그 역시 문재인 정부에 따져물어야 할 질문인 겁니다. 아니면 민주당 입장에선 "잘한 결정"이라고 칭찬하는 게 더 적절하겠죠.

◇ "팬티 만들던 회사는 어떻게 됐습니까"

서 의원은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이 착오였다면서도 이 질문을 덧붙였습니다.

"전투화, 축구화, 내복, 팬티까지 다 단가가 낮아졌다는 것인데 이것을 만들던 회사는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더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겁니다.

서 의원이 말한 이 업체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중증 장애인 업체들은 수의계약을 없애기로 한 정부의 결정이 "장애인 등에 대한 국가의 근로제공·보호의무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조달청의 처분에 집행정지를 청구하는 소송을 올해 5월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조달청이 즉시 항고했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1일 이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수의계약 제도의 취지와 의미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인 단체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할 경우, 군 보급품 납품방식을 수의계약에서 공개입찰로 전면 바꾸겠다고 한 정부의 방침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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