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지금이 이럴 때입니까?

등록 2022.09.28 21:51 / 수정 2022.09.28 23:00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저기 메이저리그급 멍청이가 왔네요"
"맞아, 일만 저지르고 다니는 놈이지요"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도 모르고 부시와 체니가 뉴욕타임스 기자를 겨냥한 욕설이 미국 전역에 방송됐습니다.

켜져 있는 마이크, 이른바 '핫 마이크'의 함정에 레이건도 바이든도 걸려들었습니다.

"멍청한 X자식이네"

바이든은 곧바로 사과했고, 레이건은 유머감각을 발휘해 기자단과 화해했습니다.

부시 측은 "욕설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대화였으며 공개 논평은 아니라"고 해명하는 선에서 넘어갔지요.

'핫 마이크'와 '핫 카메라'는 외교 행사장에도 따라다닙니다.

"그(트럼프)가 40분이나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마크롱 대통령이) 지각했거든요. (트럼프) 참모들이 어쩔 줄 모르더군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가 들키기도 했습니다.

그런 뒷담화들 역시 대부분 가십성 화제에 그쳤을 뿐, 외교문제로 비화하진 않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핫 마이크'에 잡힌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사담은 유별납니다. 가장 먼저 무슨 말인지 불분명해 해석이 엇갈립니다. 음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말을 잘못 알아듣거나 여러 가지로 들리는 '몬더그린 현상' 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MBC가 첫 보도 때 단정적으로 해석한 문구가 야권을 중심으로 기정사실처럼 유포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대통령실이 곧바로 해명이나 반박을 했다면 사정이 달랐겠지만 대통령실의 대응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열다섯 시간이나 지나서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불을 끄긴커녕 부채질을 한 셈이 됐습니다.

급기야 진영에 따라 같은 말을 달리 듣는 정치적 '몬더그린 현상'이 기승을 부리면서 여야가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일방 처리를 선언했고, 국민의힘은 '제2의 광우병 선동' 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밖에서 한 국가원수의 말실수, 그것도 확실치도 않은 발언을, 안에서 이렇게나 큰 분란으로 키워내는 나라가 세계에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라가 얼마나 깊이 쪼개져 있었는지를 뼈아프게 실감하는, 또 하나 극단적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휩싸여 있습니다.

외교안보 위기에 경제 위기가 더욱 깊어가면서 외환위기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정치판은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집단 자해극에 몰두해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무슨 말을 왜 어떻게 했는지 밝히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해 상황을 하루빨리 수습하기 바랍니다.

야당도 막무가내 정권 흔들기와 선동 정치를 멈추고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아봐주길 기대하겠습니다.

9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지금이 이럴 때입니까?'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