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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내복 한 벌밖에 없다는데

등록 2022.09.29 21:53 / 수정 2022.09.2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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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었을 때 사 입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노부부가 읍내에 나가 어린이 내복을 사 옵니다. 아주 오래 전 다섯 살도 안 돼 병마와 전란으로 떠나보냈던, 어린 자식들을 위해 마련한 선물입니다.

"(하늘나라로) 할아버지가 먼저 가든지, 내가 먼저 가든지 하면, 아버지 만나러 오면 입히려고…"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눈 내리는 날 무덤가에서, 할머니가 내복을 불태워 하늘나라로 보냅니다. 

"아이들이 올 거예요. 오거든 옷 한 벌씩 입혀요"

첫 월급 타면 으레 부모님께 내복을 선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청년 전태일은 옷 만들다 남은 천으로 앞뒤 색깔이 다른 내복을 지어 어머니께 선물했습니다. 언젠가는 좋은 새 옷을 사드리겠다고 약속했지요.

내복은 따스하고도 애틋한 추억입니다. 그 시절 '국민 내의'로 사랑받았던 기업이지요.

쌍방울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 지도 꽤 됐습니다. 지난해 저희 TV조선이 처음으로 의혹을 보도한 지 열 달이 지나서야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수억 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됐습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드러난 혐의를 보면 부지사 때부터 올 초까지 쌍방울 법인카드를 받아 2억2천만원을 쓴 것으로 돼 있습니다. 법인카드를 배달 앱에 등록해놓고 음식을 주문해 먹은 것을 비롯해 호텔비, 마사지 비용, 가전제품 구입 같은 데 썼다고 합니다. 쌍방울 측에 직접 차를 요구해, 외제차를 포함한 석 대를 제공받은 혐의도 있습니다.

검찰은 그가 경기도 대북사업을 맡았던 부지사 시절, 쌍방울이 북측 인사와 만나 경협에 합의할 때 도와준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일단 보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이 대북사업을 당시 이재명 지사의 치적으로 홍보해왔습니다.

쌍방울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 때 변호사 수임료를 대신 지불했다는 의혹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 5월 정권 교체 직후 해외로 나가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나와 쌍방울의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측근으로 꼽히는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됐는데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이 대표에 얽힌 의혹과 관련해 네 명이 숨졌는데도 "나와 무관하다"고 했던 일을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저런 일들이 모두 우연이라면, 참으로 공교로운 우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어느 정도 세상 살아 본 분들은 다 느끼실 겁니다. 그런 우연이 어디 그리 흔하겠습니까?

검찰이 수사를 한다니 어느 쪽이든 하루 빨리 결론을 내주길 기대하겠습니다.

국회를 장악한 제1야당 대표의 문제인 만큼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게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라도 한 번쯤 이 대표가 진솔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요?

9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내복 한 벌밖에 없다는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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