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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준석의 굴레

등록 2022.10.07 21:51 / 수정 2022.10.0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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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쌈박질하는 아이들을 싸움 고수와 제자가 지켜봅니다. 덩치 작은아이가 힘에서 밀리자 큰아이에게 모래를 집어던집니다.

"힘이 좀 달린다 싶으면 모래라든지 침이라든지… 그게 기본이야"
"그건 반칙 아니에요?"
"싸움에 반칙이 어딨어? 싸움엔 룰이 없는 거야"

닥치는 대로 물고 뜯기로는 개싸움만한 게 없습니다. 조선 후기 패기만만한 젊은 선비가 진흙탕 당파 싸움을 꾸짖습니다.

"개들이 사이좋게 지낼 때는 꼬리 흔들며 잘도 어울려 다니지. 누가 썩은 뼈다귀를 던져주었나. 한 마리 일어나자, 다들 일어나 으르렁대며 물어뜯네. 큰놈은 다치고 작은놈은 죽어 소란스럽네"

시인 백석은 비 내리는 날이면 "어디서 물큰 개 비린내가 온다"고 했습니다. 어릴 적 장마철이면 개들이 비에 흠뻑 젖은 몰골로 뒤엉켜 다니며 온 마을에 비린내를 풍기곤 했지요.

이준석 전 대표 징계 후 국민의힘이 지난 여름 내내 벌여온 자중지란 이전투구가 석 달 만에 수습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법적 인정을 받은 정진석 비대위 체제는 당을 새롭게 추스를 기회를 얻었습니다.

대표직을 상실한 이 전 대표는 당원권 정지 1년 중징계를 추가로 받아 치명적 정치 위기에 몰렸습니다. 징계 기간이 1년 반으로 늘어나면서 다음 총선에서 당 공천을 받기도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지고 모두가 크게 다친 '양패구상'의 부질없는 싸움이었습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이기고도 집권당은 황당한 자해극에 빠져들었습니다.

대표를 밀어낸 당 지도부와 밀려난 대표가, 법정 공방을 벌이는 초유의 분란이 벌어졌습니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을 '신군부'로, 그 측근들을 '눈이 돌아간 사람들'로 불렀습니다. 자신이 몸담은 당을 "불태워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제-안보 위기도 아랑곳없이 집권당의 난장판을 어느 국민이 곱게 봐주겠습니까.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합니다.

이 전 대표 문제를 매듭진 데 그치지 말고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떠나간 국민의 마음이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청년 정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 전 대표는 헌정사 최초로 올랐던 30대 보수정당 대표 자리에서 1년 넉 달 만에 퇴장당했습니다.

갈치가 갈치 꼬리를 물 듯, 끊임없이 갈등과 충돌을 불렀던 거친 언행, 그 자업자득이라고 저는 봅니다.

결과적으로는 간신히 싹을 틔웠던 청년 정치의 토양을 오염 시킨 책임 역시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닐 겁니다. 이번 사태가 한국 정치사에 어떤 의미로 남을지는 온전히 국민의힘과 이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10월 7일 앵커의 시선은 '이준석의 굴레'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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