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아 키우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 등을 8일 양산 사저에서 떠나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풍산개 파양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신속하게 관련 조치가 진행된 셈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들이 이날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인도 절차를 밟았고, 곧바로 대구 경북대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으로 옮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풍산개들은 약 일주일에 걸쳐 입원해 검진을 받으며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고, 그 이후 적절한 위탁 기관으로 보내질 전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TV조선과의 통화에서 "곰이와 송강이가 잘 지낼 수 있는 거처는 여러 기관을 후보로 협의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으로부터 풍산개 2마리를 받아 길러왔는데, 이들을 파양해 정부에 반환할 것이란 사실이 7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평산마을 비서실은 7일 입장문을 통해 "곰이와 송강이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고자 한다"며 "풍산개들의 정서적인 부분까지 신경써서 잘 돌봐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환 결정 배경에는 월 250만원 상당의 풍산개 '양육비' 문제가 있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법령 개정을 통해 양육비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며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통상 외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동물의 경우 별도 규정이 없어 동물원 등으로 이관·관리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북한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받은 시베리아 호랑이는 서울대공원으로 이관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으로부터 받은 판다는 에버랜드로 옮겨졌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말인 지난 3월 29일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6조 3(대통령선물의 관리)에 "대통령 선물이 동·식물 등이어서 다른 기관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것인 경우에는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하여 관리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해 추가했는데, 이로써 동식물도 '기록물'의 범주에 포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 측이 지난 6월 17일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만 얘기할 뿐, 지난 3월 당시 관련 조항을 신설한 경위에 대해선 왜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애초에 쉽게 키울 수 있는 문제를 굳이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 것 아니냐"고 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8일 SNS를 통해 "새 대통령이 부탁하고 그 약속을 바탕으로 합법적인 근거를 관련부처가 만들겠다니 위탁을 승낙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는 이 간단하고 분명했던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