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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막장을 보다

등록 2022.11.28 21:50 / 수정 2022.11.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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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시인의 집을 기웃거립니다.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그런데 미국에는 '책장 도둑'이 있었습니다. 사건기자들에게 붙었던 별명이지요. 사건 사고 관련자나 희생자 집, 책장에 놓인 사진들을 훔쳐 보도하곤 했던 겁니다.

우리도 비슷해서, 제가 기자 초년병 시절, 선배가 사진을 앨범째 들고 뛰었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개인의 인권, 정보, 초상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벌써 한참 전에 사라진 구태입니다. 그렇듯 취재-보도 윤리는 시대 변화와 자정 노력을 거치며 다듬고 발전해왔습니다. 극단적 선택에 관한 보도기준도 그런 진화의 산물이지요.

이어령 선생은 '마구, 되는 대로, 거칠게'를 뜻하는 '막'자를 '마법의 접두어' 라고 했습니다. 막걸리 막국수 막사발처럼 사랑받는 단어에서, 막노동 막소주를 넘어 막말, 막되다, 막가다에 이르러선 더 갈 데가 없습니다. 취재윤리에도 그렇게 막다른 막장이 있습니다.

유튜브 매체는 언론중재법 상 언론이 아닙니다. 그래서 방송통신심의위의 심의-제재 대상도 아닙니다. 그래서 막무가내 방송이 가능한 겁니다. 유튜브 채널 '더 탐사' 소속 다섯 명이 한동훈 법무장관의 아파트 벨을 누르고 한 장관을 소리쳐 찾는 장면에서 우리는 무책임 무질서의 끝판왕을 봤습니다.

당시 집에는 부인과 자녀들만 있었고, 생중계 영상에서 집 층수와 위치가 노출됐습니다. 이렇게 한 이유가 더 어이없습니다. "압수수색 당한 기자들 마음이 어떤 건지" 느껴 보라고 했습니다.

한 장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자기네 기자 집에 경찰이 압수수색을 나오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렇게 했다는 겁니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과 자신들의 행위를 동일시하며 정당한 취재라고 강변했습니다. 스스로를 언론이고 기자라고 생각한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매체는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과 협업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터뜨렸습니다. 경찰 수사로 거짓말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사과는커녕 정정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태원 희생자 명단을 마음대로 공개해 언론노조로부터 '심각한 보도윤리 불감증'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내건 직원 채용공고엔 "윤 (대통령), 한 (장관) 등이 때려죽여도 싫으신 분"이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스스로 가짜 언론임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들은 비판이 쏟아지자 제발 기소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면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가 분명히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막 가다가 결국 막다른 길을 만나게 될 텐데 그때는 또 어찌할런지요.

11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막장을 보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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