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취재후 Talk] 北, 리설주 출산 뒤 스위스 분유 수입…9년 전 무역통계 다시 보니

  • 등록: 2022.11.30 오후 15:01

  • 수정: 2022.11.30 오후 15:10

/조선중앙TV 캡처
/조선중앙TV 캡처

'9살 초등학생이 내민 손을 공손히 부여잡는 4성 장군.'
지난 27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공개행보 사진을 내보냈다. 김 위원장 딸과 장창하 국방과학원장(대장급)의 악수 장면이었다.

북한 미래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수뇌부와 환호하는 군중을 사진 한 장에 모두 담았다. 대 이은 '핵무력 완성' 의지를 담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치밀하게 계산된 앵글 중심에 선 김 위원장 딸, 주애 모습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9년 전 대북 무역통계 속 포착된 북한의 스위스산 분유와 유모차 수입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北, 리설주 출산 뒤 스위스산 분유 수입


2014년 2월14일 TV조선 '뉴스쇼 판'을 통해 '[단독]北 이설주 출산 뒤 스위스 분유 수입'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출산 직후 북한이 스위스산 분유를 대거 사들였다는 내용이었다.

알다시피 북한은 제재 등을 이유로 무역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받는 쪽이 숨긴다고 해서 모두 가려지는 건 아니다. 주는 쪽을 참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거래가 투명한 이탈리아가 북한에 10만 달러 어치 말을 수출했다고 신고하면 이는 곧바로 북한 입장에선 이탈리아산 마필 수입 규모가 된다.

이 방식으로 러시아, 싱가포르, 이란, 태국, 이집트 등 대북 무역 실적이 있는 40여개 국가의 2011~2013년 무역통계를 전수조사했다.

국가간 거래상품을 번호로 분류한 6자리 HS코드를 일일히 분석해 연속보도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스위스산 분유와 유모차였다.

김정일 사망 1주기였던 2012년 12월17일 추모행사에 나타난 리설주가 출산이 임박한 듯 배가 불러 있다가 두 달 뒤 붓기가 빠진 모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북 무역통계도 리설주 출산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 딸 주애가 태어난 직후 북한이 스위스 분유를 대거 수입한 사실이 통계 수치로 포착된 것.

/2014년2월14일 TV조선 뉴스쇼 판 캡처
/2014년2월14일 TV조선 뉴스쇼 판 캡처


북한은 2011년만 해도 하나도 수입되지 않던 스위스 분유를 2013년 600만 달러 가까이 사들였다.

반면 중국산 분유는 2011년 38만 달러 어치를 수입했지만, 2013년엔 거의 끊기다 시피했다. 당시 김정은 딸 출산 외에 저질 분유 파동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수년간 수입 실적이 전혀 없던 유모차를 2013년 8월 딱 한 번 중국에서 정식으로 들여온 것도 포착됐다. 중국 단둥과 평안북도 신의주를 오가는 화물열차에 실리는 물건이 무역통계에 잡힐 리 만무하겠지만, 중국의 대북 무역통계에 등장한 유모차 수출은 김정은 딸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딸바보' 김정은?…복선 깔린 '부녀 공개행보'


김정은 부녀가 공개행보에 나선 건 공교롭게도 모두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행사였다. 지난 18일엔 흰색 패딩 차림의 딸과 함께 놀이동산을 들르는 듯 화성-17형 발사 현장을 찾았고, 27일엔 개발과 발사 유공자 격려행사장에 데려갔다.

소위 '핵무력 완성' 선포 5주년에 즈음해 핵실험 단추를 누르는 대신 북한 미래권력을 전략자산에 투영시킨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美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화성-17호와 딸은 김정은의 '최애 자산'"이라며 "은둔의 지도자였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핵무력 과시와 함께 가정적인 모습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를 후계구도와 연결짓는 것에 대해선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김정은이 아내 리설주와 동생 김여정에 이어 딸 주애까지 여성만을 잇따라 등장시킨 것에 주목했다.

차 석좌는 "다음 세대에도 김씨 일가 통치의 영속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자신의 주변에 여성 가족만을 노출시킨 것도 가부장적인 북한 후계구도에서 여전히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