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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부디 도를 넘지 않기 바랍니다

등록 2022.12.02 21:52 / 수정 2022.12.0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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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남부 타우루스산에는 철 따라 산을 넘는 두루미들을 노려 독수리들이 진을 치고 살았다고 합니다. 두루미가 워낙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여서 손쉽게 잡아먹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노회한 두루미들은 무사했습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부리에 돌을 물고 산을 넘었던 덕분입니다. 나이 들수록 분별 있게 입을 무겁게 하라는 우화 '타우루스의 두루미'입니다.

17세기 로마 서정시인 구이디가 교황의 설교집을 라틴어로 출간하는 책임을 맡았습니다. 첫 책이 나오자 교황에게 바치려고 가던 길에 이렇게 한 글자가 빠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오자 하나에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 쓰러져 숨졌다고 합니다. 자세히 살피지 못한 책임, 불심지책을 목숨으로 갚은 것이지요.

"군자는 잘못을 자기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는 공자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입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수사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낸 입장문은 '당시 대통령' 이라는 3인칭을 썼습니다. 하지만 '최종 승인했다'는 대목에서는 얼핏 자신의 책임감 내지 책임을 거론하는 듯한 어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뿐, 모든 것을 부인하고 부정했습니다. "정권이 바뀌자 부처 판단이 번복됐다"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게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억지로 뒤집은 번복이 아닐 겁니다. 새 정부에서 전 정권 부처 판단이 왜곡됐던 경위를 추적하고 밝혀내는 진실 찾기의 결과로 봐야 할 겁니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월북 몰이' 정황과 혐의들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모든 게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합니다.

문 전 대통령은 정부를 향해 "안보를 정쟁 대상으로 삼고, 안보체계를 무력화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름 아닌 문 전 대통령이 '안보'를 내세우고 '안보 무력화'라는 말을 쓰는 것이 저는 매우 거북합니다. 

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첫 메시지는 북한이 휴지처럼 구겨버린 남북 군사합의를 "존중하고 지키라"는 것이었습니다. 서해사건과 관련한 감사원 서면조사는 "무례한 짓" 이라고 거절했습니다.

"풍산개 키워준 것에 고마워해야 한다. 이제 그만들 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분별없는 처사를 멈추고 도를 넘지 말라"고 합니다. 잊히고 싶다면 먼저 잊을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12월 2일 앵커의 시선은 '부디 도를 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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