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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갈림길에 서다

등록 2022.12.06 21:48 / 수정 2022.12.0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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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하고 싶으면 여러분이나 턴하세요. 나는 돌아서지 않습니다" 

대처 영국 총리가 자신의 과감한 경제정책을 말리는 보수당 의원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그는 "대안은 없다"는 말을 즐겨 썼습니다. 탄광노조 파업 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스타일을 바꿀 순 없지요. 확고함이 내 스타일이니까요"

같은 날 탄광노조 위원장 아서 스카길도 TV에 나왔습니다.

"1984년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투쟁에 참가하는 건 영광이자 특권입니다"

열여덟 살에 광부가 된 스카길은 청년공산 동맹원이었습니다. 광부였던 아버지도 공산당원이었지요. 스카길은 스탈린을 옹호했고, 바웬사의 폴란드 자유노조 운동을 비판했습니다. 그가 노조위원장에 선출되자 대처는 "노조가 정치적 목적을 지닌 집단에게 넘어갔으니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해 석탄 생산량 절반을 비축하고 대체 수입선을 확보해뒀습니다. 그리고 꼬박 1년을 파업과 맞선 끝에 스카길을 굴복시켰지요. 훗날 대처가 회고록에 썼습니다.

"탄광노조 파업이 실패함으로써 영국은, '파시스트 좌익'이 무정부 상태를 만드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민주노총이 오늘 하루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는 총파업을 벌였습니다. 지만 대형 사업장 노조들이 빠지거나 소극적이어서 힘이 크게 빠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앞서 서울-대구 지하철에 이어 민노총 핵심 사업장인 전국철도노조까지 파업을 철회한 걸 봐도 민노총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아 보입니다.

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조합원 투표를 거쳐 탈퇴를 결정한 것도 심상치 않습니다. 민노총의 이른바 '강철 단일대오'에 금이 가는 듯한 징후들입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 시멘트 운송 차주들의 복귀가 잇따르면서 시멘트 출하량과 레미콘 생산량도 급속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이 열사흘째 이어지면서 이미 피해 규모가 3조 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경제 위기의 파도가 사방에서 밀어닥치는 이 엄혹한 겨울을 어떻게 뚫고 갈지 암담합니다.

화물연대는 노무현 정부 때도 두 차례 파업을 했습니다. 1차 파업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려 완패했지요. 그러나 2차에선 '선 업무 복귀, 후 대화' 원칙을 끝까지 지켜 노조가 백기를 들었습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화물기사를 욕하다 못해 저주하는 플래카드입니다. 파업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가장 절박한 수단이란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파업할 권리가 소중하다면 참가하지 않을 권리 역시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 합리성에 기반하지 않고는 어떤 대화도 무의미하다는 것, 그리고 정치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노동운동이 더 이상 전진하기 어렵다는 교훈도 얻길 바라겠습니다.

12월 6일 앵커의 시선은 '갈림길에 서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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