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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한국인, 어려진다

등록 2022.12.07 21:50 / 수정 2022.12.0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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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이 문화가 지금껏 들었던 수학 수업들보다도 어려워요"
"맞아요, 나는 (한국 사람들이) 나이를 더 먹고 싶어서 만 나이를 안 쓰나 싶어요"

외국인이 가장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한국식 관행 가운데 하나가 이 '코리안 에이지' 입니다.

태어나면서 한 살을 먹고, 1월 1일마다 전 국민이 일제히 한 살씩 더 먹는 나이는 우리나라만 쓰고 있지요.

그러니 생일이 돼야 한 살을 더 먹는 만(滿) 나이보다 한 살에서 두 살이 많기 마련입니다.

나이가 시차도 아닌데 "한국에 오면 나이를 먹고 돌아가면 젊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합니다.

"걔를 처음 알았던 두 달 동안은 늘 오빠라고 불렀어요. 나보다 두 살 더 많은 줄 알았는데 '나는 한국 나이를 말한 거야' 이래서…" 

그래서 한국 관련 해외 홈페이지들은 이렇게 한국식 나이 계산 공식을 안내하곤 하지요. 거꾸로 우리는 만 나이를 계산해주는 앱이 나와 있습니다.

거기에다 법적 만 나이 말고 쓰는 나이가 하나 더 있습니다. 태어난 해를 영 살로 하되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연(年) 나이입니다.

입영 영장이나 청소년 방역패스처럼 효율적인 법 집행과 생일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언론 보도에 쓰곤 합니다.

이 세 가지 나이 기준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법안이 국회 소위를 통과해 이르면 내년에 한국인 나이가 한두 살씩 어려지게 됐습니다.

젊을수록 나이를 부풀리려 하고, 나이 들수록 깎으려는 심리를 생각하면, 어르신들께는 기분 좋은 소식일 듯합니다.

나이 혼용은, 열에 여덟이 만 나이에 찬성할 정도로 혼선과 불편이 컸습니다.

자녀의 세는 나이를 줄이려고 출생신고를 미루는 바람에 1월 출생아가 12월생보다 40퍼센트나 많은 현상도 그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한 살을 헛먹으면 또래보다 키도 작고 공부도 떨어질까 봐 그러는 것이지요.

시인이 사람 손가락이 열 개인 이유를 생각합니다. "어머님 배 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듯 우리는 엄마 배 속에서 자라는 생명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태교를 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태중에 한 살을 먹는, 세는 나이를 쓰게 됐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비록 합리와 효율을 따라, 세는 나이를 버리긴 합니다만, 거기에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깃들어 있음을 잊지는 말아야겠지요.

유난히 나이를 따지는 우리가, 형 누나, 언니 오빠를 가려 공대하는 기준까지 1월 1일에서 생일로 바뀔지도, 두고 볼 일입니다.

12월 7일 앵커의 시선은 '한국인, 어려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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